[인터뷰] 강희덕 서종면 문호2리 이장

서종면 문호2리는 서종면소재지 중심가에 위치한 마을이다. 문호(汶湖)라는 명칭에 대한 명확한 유래는 없지만, 마을 어르신들에 따르면 예전 명칭인 ‘무너미’, ‘무네미’에서 나온 명칭이라고 한다. 무너미는 비만 오면 북한강 물이 넘쳐 붙여진 이름이란다.

문호2리는 2020년 8월 기준 278가구 634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양평군 리단위 마을 중에서는 큰 편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130명인데 고령자 비율도 군 평균보다 낮다.

문호2리에는 논은 없고 밭도 작은 규모라 주민 중 농사를 짓는 인구는 5% 남짓이다. 대부분 주민들이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하고 있다. 외지에서 온 주민이 80%에 달하는, 농촌마을과 도시형 마을의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라 하겠다.

이 마을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후이자 일제로부터 옥새를 치마에 숨기고 끝까지 내놓지 않았던 순종효황후의 생가터가 있기도 하다.

강희덕 이장은 ‘더불어 행복한 생활정책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마을주민들에게 빌려주는 각종 공구가 놓여 있다.
강희덕 이장은 ‘더불어 행복한 생활정책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마을주민들에게 빌려주는 각종 공구가 놓여 있다.

현재 문호2리 이장을 맡고 있는 강희덕(58) 씨는 서울에서 이사 온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얼떨결에 이장으로 선출됐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이장은 서울에서 건축 일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문호리에 놀러 왔다가 가족 모두가 이곳에서 살아보자고 해 이주를 결정했다.

이사를 온 뒤에도 사업에 바빠 마을 일에는 참여를 못하다가 몇 년 전 일에 여유가 생기면서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

쉬면서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마을 일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던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영주 경기도의원 선거 운동에 뛰어 들면서 지역 사람들과 인맥을 맺게 됐다.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선거를 마친 후 ‘더불어 행복한 생활정책연대’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단체 이름에 쓰인 ‘더불어’라는 단어 때문에 민주당계 단체라는 오해도 많이 받지만 정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체라는 게 강 이장의 설명이다. 그는 “마을에 살면서 여러 부조리와 모순을 봤고,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도 겪었다. 이런 것들을 개선하고 주민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었는데, 덜컥 이장을 맡게 돼 단체 활동은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강 씨가 이장이 된 것은 그의 표현대로 ‘얼떨결’이었다. 2018년 서종면에서 추진하는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문호2리 일원 하천 복원이 제시됐는데, 당시 문호2리 주민들은 반대의견이 많았다.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강 이장이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것이 주민들에게 인상을 크게 남겼다.

그해 마을 이장을 새로 선출하는 대동계에서 원래 이장을 맡기로 한 주민이 사정이 생겨 고사를 하자 한 주민이 갑자기 강 씨를 이장으로 추천한 것이다. 강 씨 외에 추천받거나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얼결에 이장으로 선출이 됐다.

그가 이장이 되지마자 처음 한 일은 마을 주민들에게 편지를 보낸 일이다. 이 편지에는 강 이장의 이력과 앞으로 이장으로서 각오 등이 적혀 있었다. 주변에서는 ‘이사온 지 10년도 안된 이장’이라는 비아냥도 많았지만 이 편지를 받은 주민들은 새로운 이장에게 거는 기대도 커졌다.

강 이장은 그의 사무실 한켠에 건축일을 하며 구비한 각종 공구를 가져다 두고 필요한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다. 강 이장은 “전원주택 생활이 대다수인 주민들이기에 공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고가의 장비를 사기도 그렇다. 이왕 가지고 있는 장비를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듯해서 갖다 두니 많은 주민들이 고마워 한다”고 했다.

소소하지만 강 이장이 생각하는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조성의 한 방편인 것이다. 강 이장은 “우리 마을 이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원주민-이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마을의 청년들이 좀 더 활발히 나설 수 있도록 발판 역할도 하고 싶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 아닌가. 그런 일을 하는 이장이자 시민단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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