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 탐방 3편-(용문면 딸기체험농장 ‘벌말농원’ 정광용씨)

농업경영인 현장 탐방 -3편(용문면 딸기체험농장 ‘벌말농원’ 정광용씨)

 

▲ 용문면 덕촌리에서 ‘벌말농원’을 운영 중인 정광용‧유경숙 부부가 겨울철 딸기 생산을 위해 심은 모종을 돌보고 있다.

용문면 시내에서 차로 5분도 채 달리지 않았지만 조용한 시골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길가의 코스모스들이 한들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려낸다. 그 길가에 조그맣게 세워진 ‘벌말농원’ 간판을 보고 차를 틀었더니 이내 비닐하우스 속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두 내외가 환하게 반기며 다가왔다. 

수줍게 미소를 띤 정광용씨의 아내 유경숙씨가 곧 따끈한 둥굴레차를 대접해주어 가을 초입 쌀쌀한 오전시간 양손에 따뜻함을 쥐고 취재를 시작했다. 

집주변에 가지런히 자리한 비닐하우스가 하나, 둘, 셋…모두 스무 동이 있었고 그 하우스 속에는 각종 야채들이 어서 수확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높고 각 잡힌 이랑에 가지런히 심어져있는 어린 딸기 모종들이 12월 수확기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땅내음을 맡고 있었다.

정광용 회원이 쌈 채소 경작으로 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것은 지난 2001년. 원래 고향이 용문면 금곡리였던 그는 젊은 시절 잠시 서울에서 인테리어사업을 하다 모든 것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귀농해 어머니와 함께 터를 지키는 아들이 된 지 불과 15년 전이다.

처음에는 파, 감자 등 야채 농사와 멜론을 주요작물로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멜론의 판로에 문제가 생겨 토마토로 변경했다가 다시 딸기농사를 짓기로 결심해 지금에 이르렀다. 멜론농사도 그렇고 지금의 딸기농사도 용문에서는 그가 처음이었다. 

정씨는 “하우스의 절반은 쌈 채소를 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떨어져 점차 딸기를 늘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다보니 남들이 하지 않는 작물을 하게 됐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라며 그리 길지 않은 농사일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딸기를 심기 시작하면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어요. 다른 면의 딸기 농가 분들과 ‘딸기 연구회’를 만들어 논산, 담양 등 딸기로 유명한 곳은 다 다녔죠”라며 초창기 딸기농사를 회상하는 정광용씨.

그는 딸기를 심기 전·후, 수확하기 전·후, 중요한 시점이면 항상 전문가를 찾아가 배우고 유명 산지로 견학을 다녀왔고, 또 양평으로 초정되는 강사진의 강의는 빠트리지 않고 들으며 딸기농사의 기술을 다져왔다. 

그런 그의 노력이 통해서였을까? 현재 그는 자신의 땅 1만3223㎡(4000평)에 하우스 시설만 20개 동 8926㎡(2700평)을 갖춘 부농으로 성장했다. 정씨의 딸기농사가 성공을 거두는 데는 인터넷 블로그 운영도 한몫을 거들었다.

 

▲ 정광용씨는 딸기 외에도 상추, 청경채 등 쌈 채소 농사도 하고 있다.

양평농촌나드리와 연계한 딸기체험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로 입소문이 나면서 봄철 딸기채취 체험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에는 모두 6천여 명이 다녀갔고 해마다 20% 정도씩 체험객이 늘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딸기를 따로 출하할 필요가 없다. 이는 겨울철에 생산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직접 농원으로 딸기를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팔기도 모자란 형편이라고 말하는 정씨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현재 정광용씨가 운영 중인 ‘벌말농원’은 무농약인증을 받은 상태다. 처음 딸기농사를 시작할 때는 유기농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양평은 전국에서 유기농인증이 가장 까다로운 지역이에요. 얼마 전 딸기 모종이 조금 모자라서 아는 분한테 조금 사다 심은 것이 적발돼 자격 박탈 3개월을 당했어요. 유기농 인증자체가 워낙 힘들고 자칫 방심하다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어, 차라리 무농약으로 목표를 한 단계 내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농사짓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죠.” 

육모를 직접 재배하는 것도 자격 정지를 받고 나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올해는 본격적으로 매달려 육묘 판매까지 할 수 있었다. 

매년 3월~5월 봄철 딸기 체험객 맞이를 위해 비닐하우스 11개 동에 딸기를 심고 나머지 9개 동에는 상추, 청경채 등의 쌈 채소를 심고 있다. 이 채소들은 모두 양평지방공사로 출하된다. 쌈 채소 농사로 여름나기 땅을 만들어 다시 겨울 딸기 수확을 위해 작업을 하게 된다. 

일손 거드는 일은 아내와 연로하신 어머니와 더불어 동네 어르신들 세분을 연중 채용해 시골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하고 있다. 보통 다른 농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정씨는 여전히 어머니 동년배의 어르신들을 채용해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하니 이 또한 지역에 봉사하는 그 마음 밭일 것이다.

용문면에는 올해 3곳의 신규 딸기농가가 증가해 총 11개 농가가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정씨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새롭게 시작하는 이웃들에게 정보를 나눠주고 기술도 전수해 줄 수 있는 선도농가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딸기농장으로 체험 갔던 기억이 있어 서서 따먹었던 것과 땅에 낮게 자란 것의 당도와 맛이 서로 다른 이유를 물었더니 정씨는 “체험객들이 쉽게 딸기를 따기 위해 일부 농가에서는 고설재배(지줏대를 세워 영양제를 투입하는 방식)로 심지만 이것들은 비료계통 영양제로 키우는 것이라 땅 맛을 보며 땅의 각종 영양소가 키우는 딸기와는 차이가 커요. 그래서 우리 농원은 고설재배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사람에게 좋은 것은 땅에서 나는 것 아니겠냐는 말이다.

‘벌말농원’은 순환식 수막재배 시설로 겨울철 비닐하우스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시설투자를 많이 해왔으나 이제는 틀이 잡혀 당분간은 지금의 규모를 유지한 채 같은 땅 덩어리에서 고소득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정씨는 “향후 10년간은 딸기가 호응 받는 작물이며 괜찮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도 새로운 작물을 찾기보다는 딸기 농사에 더욱 집중하려고 해요. 쌈 채소 농사도 지금보다는 줄여나갈 생각이에요”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부지런히 일해서 중년엔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 회원은 현재 양평딸기연구회, 용문면 딸기작목반 등에서 총무로 일하는 중이며 더 나아가 동네에서도 총무로 일하는 중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봉사하는 일꾼으로, 묵묵히 자기 일에 열심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멋진 양평군연합회 용문면회 농업경영인이다. /최상옥 (사)한농연 양평군연합회 사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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