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체 모두 행복한 학교 만들고파”

“인격 없는 교육 미래 없어…학교는 인격적인 일터이자 놀이터”

양평지역의 혁신학교는 초·중·고교를 망라하는 양적 성장과 함께 교육개선을 위한 학교공동체 모두의 노력으로 공교육의 내실화모델을 창출하는 등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교육감도 혁신학교의 비중이 높은 양평군이 경기도 혁신교의 모형이 될 것이라고 말해 학생이 주체가 되는 ‘배움’ 중심의 양평교육은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9월 3일 경기도양평교육지원청 제22대 양평교육장으로 취임한 황익중(59) 교육장은 혁신학교는 과거 이름만 조금씩 바꿔 내세우는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에 앞서 학생이 무엇을 배우는가에 접근하는 철학이라고 말한다. 전인교육과 함께 ‘마을학교’와 같은 학교공동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황익중 교육장을 그의 취임식 다음날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 양평지역의 혁신학교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앞으로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인가요?

“혁신이라든지 개혁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느 시기에나 다 있었죠. 아마 다음 정부도 혁신, 쇄신 등과 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다 할 성공적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한 때 일시적으로 하다 돌아가고, 임기 말이 되면 퇴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번 혁신학교는 접근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학생이 주체가 되어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배움 중심으로 접근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양평의 초등 혁신학교는 이미 성공적인 사례로 평이 나 있습니다. 앞으로 중등에서도 선생님과 지역인사의 다양한 의견을 가까이서 들을 작정입니다. 혁신학교에서 공부한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가서도 그대로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힘쓰겠습니다. 혁신지구 지정은 나중의 일이고 현재 있는 혁신학교의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보강할 계획입니다.” 

-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여부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시도 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저지른 사소한 문제를 기록으로 남겨둔다면 해당 학생은 여기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든 굴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나중에 반성을 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조금은 과한 조치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학교가 교육열의를 갖고 학교폭력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서 행복한 학교가 되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단 한명의 아이도 우리 국민이고 자녀라는 관점에서 이들 학생을 학교가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 교과부가 발표한 교권보호대책이 학부모소환제, 가중처벌 등 너무 가혹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최근 교권을 침해하는 여러 사건들로 인해 정부의 그런 고민이나 필요성을 이해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교권침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다 같이 의견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경직되면 인격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학교가 행복한 배움의 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공동체와 지역사회 구성원이 모두 이런 마음이면 학교는 다정하고 행복한 원래의 기능을 금방 회복할 수 있습니다.” 

- 경기도외국어교육연수원장과 수원외고 교장을 역임하셨는데 그간의 경험을 양평교육에 어떻게 반영하실 계획인가요?

“외국어교육연수원장 시절 제가 준비한 ‘사이버 기플’(cyber gifle) 프로그램을 교과부와 교육청 예산 10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학교에 실제 적용한 결과 영어회화는 물론 학생 성적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학생은 학원을 안다니고 집에서 공부할 수 있고, 선생님들은 이 자체가 수행평가가 되어 업무무담도 크게 줄어드는 일거양득의 시스템이었죠. 앞으로 양평지역의 각급 학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희망한다면 교과부와 교육청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또 수원외고 시절엔 학생들에게 ‘세계인재상’을 수여했는데, 공부만 아니라 각종 경연대회 참가, 기숙사생활, 봉사실적, 청소, 양보, 부모님 공경 등 생활전반의 평가를 거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양평어린이상’과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이 훌륭한 일임을 알게 된다면 양평의 전통도 계승되지 않을까요?” 

‘기플’(GIFLE)은 경기도외국어교육기관(Gyeonggi-do Institue for Foreign Language Education)의 약자로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국어교육의 산실이다. 사이버기플은 교직원과 학생이 온라인으로 외국어 연수와 학습을 할 수 있는 원격 교육 시스템이다. 

 

 

- 양평교육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학교는 방과 후 불 꺼진 건물이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배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재탄생해야 합니다. 도시에서 경쟁과 공해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양평에서 새로운 활력을 받을 수 있는 힐링스쿨의 기능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양평지역 전체 학교가 인간성을 회복해 행복한 학교,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지향하면 선생님과 학부모가 행복하고 학생도 경쟁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와 같은 풀뿌리 교육시민단체도 있고, 전교조 선생님들도 계시듯이 누구나 다른 생각을 가질 권리가 있고 이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도 상호 인정해 의견을 조절해 나가면 그것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교육가족에게 당부의 말씀을 해주세요.

“예전에는 운동회가 열리면 온 동네가 잔치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지역주민 모두가 자녀를 사랑하고 교육을 염려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양평교육은 다른 시군에 귀감이 될 것입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것이고, 지역주민의 문화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을학교와 같은 개념이죠. 마하트마 간디가 국가 쇠망의 7가지 원인 중 하나로 ‘인격 없는 교육’을 지적했듯이 학교는 학생과 선생님들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즐거운 일터가 되고, 학생은 신나는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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