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민 주민

고제민

요즘과 같은 빠름의 시대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어렵다는 생각에 오랜 고민이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과 집을 정리한다는 일은 일생일대의 용기이고 결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양평 강하에서 집을 얻어 약 3년 동안을 출퇴근 하면서 살아 보았다. 과연 전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지를 시험해 본 것이다.

집사람도 나도 특별히 불편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바로 평화로운 숨결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큰 결심 앞에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었다. 양평군 강하면 왕창리에 우리 내외가 바라는 보금자리를 폈다

하루하루 속도의 삶에서 깊이의 삶으로 살아가고 싶은 의식은 오래 전부터였기에 우리 부부는 꿈을 이룬 것이었다. 양평에서도 가장 산수가 좋다는 왕창리를 찾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더 없는 행운이었다. 전원생활에는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이웃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많이 신경을 썼는데 다행히 주변 분들이 한 없이 훈훈하였다.

이곳 산세는 아름답고 곳곳에 풀꽃들이 만발해 있다. 어느새 자연의 기이한 모습을 바라보는 버릇도 생겼다. 돌 틈으로 솟아오르는 물줄기며, 비 오는 날의 검푸른 능선이며, 짙은 잿빛 하늘, 뽀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 진달래 철쭉이 붉게 물든 산, 적갈색 단풍과 투명한 하늘, 이런 자연의 조화와 신비를 느끼며 사니 더 큰 행운이 있을까.

그리고 매일 아침 닭 우는 소리에 일어나 채마밭을 가꾸는 기쁨도 적지 않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의 소재를 찾아 산행도 한다. 강하주민자치센터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사진촬영 봉사도 한다. 그리고 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우리부부는 「드럼」을 치고 함께 「골드댄스 반」에도 신청하여 음악을 타는 운동도 한다.

집사람은 그 외 요가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바른 자세」프로그램에서 자세를 교정하는 수련을 받으며 함께 웃으며 지내니 이곳 산하가 모두 나의 것이 된 기분이다. 하루하루 나의 삶에 다시 윤기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 여러 사람들이 시골로 가는 것은 말렸다. “나이 들면 도시에 살아야 한다”, “친구들 속에 있어야 한다”,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었다. 또 다른 이는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거처를 시골로 옮기면 “얼마 못가서 다시 나오게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권유들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누가 나에게 빠른 속도와 생산성을 강요하겠는가. 이곳에서 누가 나에게 빨리빨리를 외치겠는가. 이곳 양평에서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고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고 나의 삶을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에 있을까. 평정심을 갖고 살기에 너무나도 완전한 곳이 양평이라 생각한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이야기 하고, 소요하는 마음에 무슨 고민과 갈등이 스며들 것이 있겠나. 자연스럽게 가슴 굳은 살 빠지고 자연스럽게 건강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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