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관 양평자치와협동 공동대표

양평군의 농민수당이 위기에 빠졌다. 최근 여주시는 우여곡절 끝에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양평군의 농민수당은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못해 내년부터 지급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양평자치와협동’이 농민단체와 시민단체에게 긴급하게 제안해 ‘양평군 농민수당 조례제정 추진본부’를 준비하게 되었다. 양평군의 주민발의 조례제정운동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군청도 업무를 처음 해보고 시민단체도 처음 해봐서 서류 접수조차도 어느 부서인지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추진본부는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통해 내년 1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농민수당이 실시될 수 있도록 청원서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양평군의 지방자치 운동이 일대 진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주민발의 운동의 의의를 짚어 본다.

첫째, 주민발의운동은 감시와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다.

지방자치법 15조에는 전체 유권자의 1/50이 연서를 하면 조례의 제정과 개정, 폐기를 자치단체장에게 청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주민 스스로 만든 조례 안을 제시할 수 있다. 월 5만원 농민수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례로 만들어짐으로서 주민이 직접 대안을 제시한 첫 사례가 된다.

둘째, 투표 이외의 정치적 행위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운동이다.

군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뽑고 나면 선거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외면해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수단이 없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발의 조례제정 청구운동이나 주민소환운동 등을 통해 주민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셋째, 지역시민운동-지방의원이 어우러지는 협동작업이 가능한 운동이다.

조례 제·개정운동은 주민-지역시민운동-지방의원이 협동하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이다. 조례 제·개정운동은 반드시 지역시민운동과 지방의원이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시민운동과 지방의원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진다.

넷째, 시민참가의 제도화를 모색할 수 있는 운동이다.

지방의원의 낭비성 해외연수가 문제가 되자 전남 순천의 지역운동단체가 청원하여 순천시의회에서 ‘지방의원 공무 국외연수 평가위원회 조례’가 통과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조례에서는 시민단체의 참여 하에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해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조례를 통해 주민참여를 제도화할 수 있다.

양평군의 농민수당 주민발의 운동은 2000명 이상의 청원서명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청원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서 양평군의 지방자치 역량을 한 단계 높여 나갈 좋은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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