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왜 그런지 영웅을 인정하는데 너무 인색하다. 나와 내 가족만 위하려는 삭막한 세태 때문인 것 같다. 어느 사회나 남을 돕고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이 많아야 정의감이나 신뢰가 올라가고, 희생정신도 고양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우울한 뉴스가 더 많다. 특히 영웅들에 대한 보상이나 예우가 형편없어서 분노한다. 불을 끄다가 다친 소방관이 치료비를 자비로 지불하고, 심지어 군복무 중 다친 군인이 일정기간 지나면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왜 우리나라는 이래야 하나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

휴전선 순찰을 마치고 복귀하다가 북한군이 설치한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에 대한 정부의 보훈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뉴스 기억하실 것이다. 이런 정부결정에 많은 분들이 실망을 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에게 보상은커녕 당연한 예우조차 안 해주는 결정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필자도 3년 가까이 군복무를 하면서, 사고로 다치거나 희생된 동료 전우를 보았다. 비참한 사고를 목격한 충격으로 제대 후 청력을 잃은 친구도 있다. 치료하느라 온 가족이 큰 고생을 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결코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누가 자식을 군에 보내려고 하겠는가?

필자가 시애틀에 살던 시절의 경험이다.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서 공지사항을 전했다. “예배 후에 L집사님 아들에게 정부에서 수여한 훈장 전달식을 하겠으니 참여해 달라”고 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 중이었고, 교민 자녀 몇 명이 참전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아이고 드디어 희생자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예배 후 목사님은 훈장과 커다란 액자크기의 기념품을 함께 부모에게 전달했다. 구내식당에서 보니, 그 기념품은 커다란 동판으로 위에 수많은 별이 새겨져 있었고, 유독 하나의 별이 크게 부각되어 있었다. 미국 정부는 사망한 군인의 이름을 그 큰 별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붙여주고 증표를 전한 것이었다. 그 별 아래에는 “미 육군 병장 K모군은 우리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우리의 숭고한 영웅(Star)이고…”라고 이름과 설명이 새겨져 있었다. 사망한 아들이 국가의 영웅이 되었으니 부모님은 위로를 받은 셈이었다. 그런데, 몇 주 뒤에 들은 이야기는 필자의 짐작과는 너무 달랐다. 그는 이라크전쟁의 전사자가 아니었으며 미국 국내에서 복무 중,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고인에게는 좀 미안한 표현이지만, ‘아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군인이 영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한편으로 그를 영웅으로 예우하는 나라가 정말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인 친구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했더니, “그건 당연하다”라는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군 복무 중 사망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이므로, 그는 본받아야할 미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징병제가 아니라 직업군인 제도인데도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른 정부의 예우였던 것이다.

우리도 찾아보면 작은 영웅이 주변에 많다. 겨울에 길가에 쓰러져있는 노인에게 자신의 재킷을 벗어주어 동사 위험에서 구해준 아이들이 있고, 많은 현금을 주워 주인을 찾아 돌려준 이가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작은 영웅이다. 이런 훌륭한 이들에게 국가가 명예를 높여 줄 필요가 있다. 또한 보상에도 인색하지 말자. 이런 영웅들에게 대학수시입학 혜택이라도 주면 안 될까? 장학금이 이런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밝아질 것이다. 최근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지만, 양평에도 찾아보면 숨은 영웅, 작은 영웅이 많이 있을 것이다. 군청과 지역사회, 언론이 이런 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칭찬하는 사업을 펼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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