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신 문화기획자

어릴 때부터 TV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 학창시절 늘 벼락치기로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기간에도 좋아하는 방송은 꼭 봐야만 했었다. 특히 중학교 때 ‘브이(V)’라는 외화에서 외계인 다이애나가 쥐를 먹는 순간 불처럼 뜨겁게 꽂히던 엄마의 등짝 스매싱 순간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과대표와 학생회장을 하면서 ‘MT 가서 어떻게 잘 먹고 잘 놀지’, ‘축제 때 뭘 팔아 돈을 벌지’, ‘농촌봉사활동 가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 전공인 화학기호 주기율표는 까마득하게 잊었어도 놀 궁리에 골몰하던 청춘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 졸업반 때 좋아하는 방송도 맘껏 보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맘껏 짜고,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았더니 방송작가가 눈에 들어왔고 운 좋게도 23년간 일을 할 수 있었다. 시청률 43%를 찍는 ‘TV는 사랑을 싣고’도 해봤고 이다도시, 이용식 아저씨와 ‘좋은나라 운동본부’ 베스트 친절 시민을 찾으러 인천공항도 누볐다. 휴가철 원조교제 현장을 잡는다고 ‘VJ특공대’로 해운대 밤바다도 쏘다녀봤다.

방송일은 매주 매주가 새로운 기획이다. 어떤 출연자를 섭외해서 무엇을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까? 방송생활 23년간 쓴 기획안이 소소한 한 장짜리부터 수십 장의 굵직한 것까지 1000개는 훌쩍 넘는 듯하다.

눈도 안 보이고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싫어져 방송일을 접고 나서 이 일 저 일 찾던 중 우연히 접한 것이 바로 관광 콘텐츠 기획일. 양평군청 관광과의 양평탐험대로 뽑히면서 ‘두물머리 인문학, 생태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했고 이후 본격적인 콘텐츠 기획 사업자를 내고 일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다. 1년 동안 관광프로그램, 산나물축제, 관광공모사업, 평생학습센터 인문학콘서트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봤다.

가장 최근에 기획해 세상에 내놓은 콘텐츠는 <‘놀자! 양.평.인.싸.’ - 개(犬), 같이 살자!>이다. 지인들이 제일 먼저 묻는 건 강사인 개통령 강형욱 씨와의 친분이 있냐는 것! 친분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이,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시대 반려견과 관련된 강연을 기획하고 싶었고 군민들의 관심도를 생각했을 때 대세남 강형욱 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강형욱 씨의 회사를 알아내고, 전화를 하고, 강의 요청 메일을 보내고 양평군민들이 꼭 보고싶어한다는 간절함까지 보여줬더니 감사하게도 빠듯한 일정을 조율해 강연에 응해줬을 뿐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두드렸는데도 안 열린다면 다른 문을 찾아 두드리면 된다. 콘텐츠 기획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자질은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는 근성이다.

콘텐츠 기획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유망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관광, IT, 게임, 식품, 패션, 축제, 마을사업, 환경 등 세상 모든 것이 콘텐츠 기획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과거, 현재 직업의 지식, 전문성, 기술을 바탕으로 양평군민들 다수가 좋아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모’의 기회를 노리면 된다.

당장 7월 9일에 마감되는 주민참여예산제 공모도 해당된다. 마을 축제를 기획해도 좋고 마을 꾸미기를 해도 좋고 뜻 맞는 사람들과 모여 공공사업을 제안해도 된다. 개인이건 사업자건 양평군민에게 이롭다면 최대 2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콘텐츠 기획. 공모경쟁 치열한 서울시가 아닌 공모 당선 확률 높은 양평군에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양평은 기회의 땅이다. 기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물론 꼬리를 물고 싶게끔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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