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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는 사회가 건강하다

Q.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회사 생활 1년 동안 10kg이 쪘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라 버텨보려고 했는데, 걸을 때도 숨이 차고 거울을 볼 때마다 제 몸 같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도 당뇨가 의심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몸 관리를 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는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도 회사 생활을 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 복잡한 문제가 제 ‘몸’에 관여를 했습니다. 제 멘탈이나 약한 마음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제 경험에 비춰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 병의 원인을 알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남 탓하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네가 책임질 일을 다 하지 못하거나 무능력하거나 정신력의 문제를 거론합니다. 모든 문제가 자신의 책임입니다. 아마 고민녀님도 이런 시선을 느끼고 계실지 모릅니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이제부터 ‘남’ 탓을 하세요. 저자 김승섭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의사를 하지 않습니다. 서문에서도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김승섭은 병의 원인을 사회로부터 찾습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되고 벤젠에 노출되면 노동자가 백혈병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찾아내는 학문이 역학(Epidemiology)입니다. 그가 하는 공부하는 분야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입니다. 병의 원인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찾습니다. 그는 차별과 고용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가설을 탐구합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가해가 분명히 존재하는 피해자는 스스로 피해를 인정하기 힘들어합니다. 스스로 환자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하에 몸에 병이 생긴 사람들은 결국 자책하게 됩니다. 그리고 병은 우리 몸에 새겨져서 심해집니다. 사회적인 상황 즉,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우리는 결국 ‘자해한 사람’이 됩니다.

개인의 질병과 사회 상황과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많은 부분 밝혀지고 있습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였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 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았습니다. 한국은 심리 전쟁 중입니다. 그런데 그 전쟁터가 학교, 직장, 가정입니다.

노인정에 보면 ‘폭염쉼터’라는 말이 써 있습니다. 노인정은 한국에서 여름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키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시카고에서 나왔습니다. 1995년 폭염으로 700명의 노인이 죽음을 맞았는데, 시카고 시와 시민들은 학교 31곳을 쿨링센터로 지정하고 독거노인 3만여명을 전수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로 1999년 폭염으로 죽은 노인은 110명으로 줄어듭니다. 사회가 일으킨 질병과 죽음을 사회가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바로 ‘폭염쉼터’입니다.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으면서 우선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인식을 변화할 수만 있어도 마음은 많이 가벼워집니다. 많은 부분 남 탓을 하고 사회에게 책임을 돌려야 여론이 형성되고 그래야 멘탈 강한 사람만 사회생활을 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은 멘탈 강한 사람 즉, 사회적 영향을 부인하는 사람이 더 많은 병을 갖게 된다고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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