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양평공사 사태, 속속 파헤치기

양평공사 11년을 거론하는데 핵심이 되는 인물이 김선교 전 군수라는 것에 이견을 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8년 공사를 설립한 당사자이고, 그의 11년 재임기간 동안 수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양평군이 지난 11년간 공사에 출자한 출자금만 현물포함 약 300억원이다. 여기에 농업발전기금 40억원 탕감, 장기미수금 탕감, 각종 지원금․보조금을 합치면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자됐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이렇게 많은 투자를 받은 양평공사는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누적 결손금 283억원, 총부채 220억원 등 총부실액이 503억원 규모다.

그렇다면 양평공사를 이렇게 지원한 결과 양평군의 친환경농업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2018년 양평군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농가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16년 전체농가의 25.8%였던 친환경농가 비중은 2018년 20.7%로 떨어졌다. 비록 양평공사 납품농가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전체 친환경농가는 줄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1년 간 수백 억 원을 투입하고도 친환경농업의 질적, 양적 발전은 없었다는 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얼마나 큰 실패였는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11년 간 양평공사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실패를 겪었을까? 이번 호에는 그간 공사와 양평군이 철저히 숨겨왔던 적폐와 그 주범에 대해 파헤쳐본다.

편집자주: 기사 내용은 객관적인 자료나 감사 등에서 지적된 부분도 있지만,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제기하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선출직 공직자, 사장 등을 제외한 관련자들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1. 유통사업단, 왜 그대로 승계했나?

지난 3월 양평공사 경영개선 전문가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전신인 산지유통센터는 민병채 초대 민선군수 시절인 2000년 시작했다. 이때 수립된 계획은 양평농협이 운영 주체였으나 2003년 5월 양평농협은 전처리시설 설치비용 15억원 부담능력 부족 및 투자대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 사업을 포기했다.

민간업체인 (주)새농이 2003년 12월~ 2004년 10월 산지유통센터를 운영했으나 수익성 낮은 친환경농산물의 취급을 거부해 2004년 12월 영농조합법인 ‘물맑은양평 유통사업단’을 설립해 운영했다.

하지만 유통사업단은 4년간 30억5200만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냈고, 결국 김선교 전 군수는 2008년 7월 양평군의 친환경정책 지속 육성과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위해 양평지방공사를 설립하게 된다.

2008년 7월1일 양평지방공사 창립식에 참석한 김선교 전 군수(현판 오른쪽 첫 번째). 야심차게 출발한 양평공사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섰다.

당시 유통사업단의 주요적자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공사 유통사업 관계자는 그 원인을 ▲방만한 지점‧판매소 운영 ▲유통 비전문 직원 채용 ▲주먹구구식 운영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유통사업단은 당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20개소가 넘는 지점과 판매소를 운영했다. 지점은 사업단이 직영하는 양평친환경농산물 전문판매점으로, 지금의 친환경로컬푸드매장과 유사한 형태다. 서울지역에 중점 배치된 판매소는 홈플러스, 백화점 등의 매장을 임대해 차린 판매소였다.

당시 이들 지점과 판매소 운영을 위해 직원을 79명까지 늘렸는데, 이들 상당수가 고위공직자나 지역유지의 자녀, 친인척이었다. 이 문제를 처음 공식적으로 거론한 사람은 박장수 전 군의원이었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 김경재 초대 공사사장이 2008년 11월 열린 제168회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 응답한 내용이다.

▲박장수 위원 : “지방공사에 양평군 공무원 관련 가족이 근무하는 직원이 있나요?”

▲김경재 사장 : “예,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족들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꽤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 전 군수가 지속적인 적자로 유통사업을 포기했던 유통사업단을 공사로 전환키로 마음먹었다면, 당연히 적자의 원인과 경영상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새로운 사업형태를 제시하고 인재를 등용해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김 전 군수는 유통사업단의 지점, 판매소 운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초대사장만 유통전문가를 초빙했다.

적자만 양산하는 사업형태를 왜 김 전 군수는 그대로 유지했을까? 그 답은 김 초대사장의 답변 속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정동균 군수는 지난 2018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양평공사 부정채용과 납품비리 등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하지만 취임 후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공사는 유통사업단 직원들을 모두 고용 승계했는데, 고위공직자 관련 가족이 상당수 직원으로 있었다. 공직자 출신인 김 전 군수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기반이 약했던 당시에 이들 직원들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공사 직원은 “당시 일부 직원들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장의 지시도 수행하지 않았다. 또 대리직급의 한 직원은 ‘부사장’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는데, 고위공직자의 자녀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그러다보니 신규 직원과 마찰도 컸고,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양평공사는 탄생 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시작한 것이다. 지방자치시대 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을 뽑으면서 생긴 부작용, 즉, 선거를 도왔던 지지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은을 해야만 했고, 가장 좋은 형태는 공기업을 설립해 좋은 일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양평공사 적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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