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외지인·토박이 구분 안 해요”

청·장년회원들, 얼굴 맞대며 보이지 않는 장벽 허물어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길을 가다가 만나면 서로 피하기 일쑤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강하면 성덕4리 청·장년회 홍성혁(64) 회장은 지난 2008년 서울 잠실여고를 끝으로 교편을 놓고 몇 해 전부터 이 마을로 이주했는데, 농촌에서의 개인주의 성향이 서울 못지않은 것을 목격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 강하면 성덕4리 청·장년회원들이 지난 1일 마을회관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사업안건에 대해 논의한 뒤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웃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사실 도심 아파트에 사는 주민보다 시골마을이 더 심하다”면서 “마을 청·장년회가 중심이 되어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얼굴을 맞대면서부터는 마을 주민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말한다. 

이 마을 청·장년회는 IT분야 전문가인 ‘막내’ 이재준 씨(48세)를 빼고는 모두 50∼60대 연령층으로 구성돼 화가(김동민), 중장비운송(윤원섭), 회사원(조철수), 교사 등 저마다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마을 공동체를 가꾸는 일에 각자의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준 씨는 지난 3월 ‘성덕4리 이야기’(cafe.naver.com/sungdug4)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공지하고 홍보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또 ▲마을운영 ▲협동농장 ▲농기계 ▲인터넷사이트 등 4개 분과위원회를 둬 마을의 각종 사업이나 현안을 효율적으로 집중 관리한다. 지금은 회원이 13명이지만 이주민이 늘어날수록 회원 수도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도 이뤄질 전망이다. 

 

▲ 왼쪽부터 청·장년회 홍성혁 회장, 김승목 이장, 이성훈 회원, 이한식 총무, 이재준 회원.

지난 5월 26일에는 회원들이 모여 공동으로 모내기를 했는데 정작 농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총무 이한식(50) 씨와 다른 회원 1명이 이앙기 운전요령과 조작방법을 ‘속성’으로 배워 모내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한다. 

청·장년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 이는 바로 김승목 이장이다. 그 역시 소위 외지인이어서 처음에는 마을주민들이 자신에게 거리감을 갖고 서먹서먹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는 “마을 주민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내고 화합하면 다른 동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청·장년회, 부녀회, 새마을지도자 할 것 없이 모두 몸으로 화합의 기운을 한껏 느끼고 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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