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고용승계 요구에 느닷없는 색깔 씌우기” 새 쟁점 부상

양평군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20여 일째 파업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양평읍 환경미화원들이 때 아닌 ‘색깔론’에 휘말리면서 그 가족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등 이번 사태가 본래의 쟁점과는 무관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경기지역지부 양평환경분회의 한 회원이 “양평읍장이 파업집회에 참여하는 환경미화원들을 가리켜 ‘연봉 3000만원이 넘는 사람들이 돈이 적다고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마을 이장들을 시켜 조합원들이 벌이는 서명운동을 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이 회원은 “읍장이 환경미화원들을 ‘빨갱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조합원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빨갱이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다른 곳을 이용하게 하는 등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조합원 가족이 운영하는 미용실과 음식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양평읍에서 1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ㄱ씨는 7일 “하루는 친한 손님들이 미용실에 와서 ‘(누구누구가) 빨갱이 가족이 하는 미용실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는데, 그런 얘기 알고 있느냐’고 말해주면서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ㄱ씨는 이어 “제가 아는 양평읍의 한 식당 언니는 ‘평소엔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읍사무소 직원 등 공무원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들의 발길이 갑자기 끊겼다’고 한다”며 “이 식당 역시 현재 파업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그러면서 “조합원들의 지역 선·후배나 동료들이 집회현장에 가서 음료수라도 사서 건네려고 하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군청과의 관계도 있고 하니) 사업하는데 지장이 없으려면 그곳에 얼굴 들이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준다고 한다”며 “1970∼80년대도 아니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양평읍장은 7일 “환경미화원들이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데 굳이 읍장이 나서서 그렇게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를 대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TV에서 민주노총을 가리켜 ‘빨갱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 사람들이 이번 파업집회에 개입이 되어 있어 그렇게 얘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양평읍장은 이어 “집회에 참여하는 전직 환경미화원들 모두 사실 순박한 분들인데 빨갱이라는 말은 타당하지도 않다”며 “공직을 떠나 개인적으로는 다 선·후배, 동료지간인데 왜 이렇게까지 골이 깊어졌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양평읍은 이날 무기계약근로자(환경미화원) 공개채용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69명 중 1명의 불참자를 제외한 68명을 대상으로 양평읍생활체육공원에서 2차 체력검정을 실시하고, 오는 11일 양평군 홈페이지에 합격자 명단과 3차 면접시험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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