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카풀서비스의 도입여부로 우리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세 명의 택시기사가 불행한 일을 당했다.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겼고, 결국 출퇴근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 났다. 이런 조그만 개혁조차 갈 길이 너무 멀고 더디다. 카풀서비스 도입여부를 중앙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국처럼 지방분권화가 제대로 됐다면, 각 지방정부가 카풀이든 공유차량제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방행정은 생활행정이므로 시민들의 생활편익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 목적이다. 그럼에도 시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어서 지방정부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며칠 전 양평에 거주하는 동료교수와 식사를 하는데, 출퇴근이 너무 고되다고 고백한다. 평소에 전원 삶의 즐거움에 대해 자랑하던 이였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를 데리고 아침 일찍 서울로 함께 온다 한다. 전철역 부근에 주차를 하고 청량리로 오는데, 역 근처 주차수요가 늘어 차 대기가 쉽지 않다 한다. 주민들의 반발도 있고, 택시기사들의 은근한 압력도 있단다. 중앙선 전철 개통으로 출퇴근이 편해졌지만, 역까지 가는 대중교통도 부실하고 주차장 이용자도 크게 늘면서 통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집에서 역까지 택시 타지 그러냐?”고 했더니 차로는 10분 남짓 되는 거리지만 택시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양평에 우버(Uber) 같은 공유택시가 도입되면 불편이 크게 줄어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지난 달 미국 LA에서 뉴욕을 다녀왔다. LA공항을 가면서 생전 처음 우버택시를 타 보았다.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우버택시의 공항 진입이 2016년에야 허용됐다 한다. 타보니 고객 만족도가 택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필자가 머물던 곳이 공항에서 50㎞ 정도나 떨어진 교외 소도시라 ‘이 먼 변두리까지 올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호출한 지 2분도 안 돼 집 앞에 왔다는 문자가 왔다. 공항에 가면서 기사로부터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해 보았다. 우선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예약할 때 인터넷에서 요금이 확정된다), 요금 조작이나 빙빙 돌아가는 등 바가지를 씌울 수 없고(모든 거리 주행기록이 인터넷에 남는다), 기사와 현금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팁도 안줘도 된다). 만일, 본사의 지시를 받은 차량이 정당한 이유 없이 승차거부를 하면, 그 기사는 벌점을 받고 누적 점수에 따라 공유차량 서비스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기사도 손님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기사에게 욕을 한다거나 거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사는 회사에 이런 고객에 대한 정보를 보고한다. 소위 진상고객인 경우에는 요주의 인물로 기록되고, 이런 일이 몇 번 발생하면 다시는 공유택시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불이익을 준다. 공유차량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 평가를 함으로써 양자 간에 절묘한 견제와 균형이 잡히는 셈이다.

이번 달 나스닥 상장을 앞둔 차량 공유업체 우버사는 기업가치가 무려 1200억 달러(약 135조원)로 예상된다고 3월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달 우버에 앞서 나스닥에 상장한 제2의 공유자동차 업체인 리프트(Lyft)사도 기업가치가 243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이런 엄청난 투자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궈내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우버(Uber)사는 약 11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자율주행 자동차와 전기차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혁신이 그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규제를 혁파하면, 진정한 혁신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을 부러워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