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양평군, 허가 불가 지역에 아스콘 공장 허가
주민대책위 “일진아스콘, 아직 사과도 안했다”

일진아스콘 “오염물질 저감장치로 주민 피해 최소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진아스콘의 진정어린 사과다. 지난 19년간 발암물질을 배출해 온 것이 밝혀졌지만 일진기업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땅값을 높이려 한다며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최승필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회 초대 위원장의 발언은 토론회장을 찾은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호응을 받았다.

지난 6일 열린 토론회에는 관계자 및 주민 150여명이 참석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본지와 양평시민포럼이 공동 주최․주관한 ‘일진아스콘 공장과 주민건강 공개 토론회’가 지난 6일 양서면 국수출장소 3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덕수 현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재운 일진기업(주) 대표, 전진선 양평군의회 의원, 백종덕 더불어민주당 양평․여주 지역위원회 위원장, 지역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역 문제를 주제로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열어온 양평시민포럼이 주관했다. 일진아스콘 문제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정확히 진단한 뒤, 패널 및 주민들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식전 행사로 ‘심층취재 쌍심지’와 ‘추적60분’에서 방영된 아스콘 문제 동영상을 시청한 후 오후 4시부터 송종길 경기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의 ‘아스콘공장의 유해물질 배출과 건강영향’ 기조 발제, 정재운 일진아스콘 대표이사 발제에 이어 이영주 경기도의원, 유상진 우리지역연구소 소장, 권오병 양평경실련 공동대표, 최승필 전 위원장 등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발언을 시작한 이영주 도의원은 “환경과 관련한 행정의 미숙함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키웠다. 경기도와 양평군이 이 부분에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공장 주변 공기‧물‧토양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 조사 진행, 공장 인근지역 주민 건강영향 조사 등을 군에서 책임지고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상진 소장도 일진아스콘 공장을 주거밀집지역에 세우도록 허가한 행정의 잘못을 질타했다. 유 소장은 “양평군의 잘못된 행정행위로 인해 주민과 사업자 모두 피해를 입고 있지만 군은 경기도 소관업무라며 구경만 하고 있다”며 “애초에 주거지역에 이런 공장허가를 내준 것은 군 담당자들의 어이없는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장 인근에 397세대 841명, 14세 미만 아동 88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무리 일진 측이 오염저감장치를 잘 해도 주거밀집 지역에 아스콘 공장이 있을 수는 없다. 공장 하나를 이전하는 것과 주민들 전체가 이전하는 것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양평군은 이제라도 일진아스콘 사업장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권오병 양평경실련 공동 대표는 “사실 저는 수질 전문가인데, 아스콘은 대기질 오염뿐만 아니라 수질과 토양 오염의 가능성도 높은 만큼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승필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몸이 아픈 아내의 건강을 위해 청정 양평으로 이사 왔는데, 참담한 환경에 처하게 돼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지역 원주민들은 20년간 발암물질을 마시고 살았다. 일진 측은 25억원을 들여 오염저감장치를 했다고 하지만, 그간 보인 모습을 보면 제대로 가동을 할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회 김덕수 위원장은 “그동안 일진아스콘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면서 자기들 배만 불렸다”며 “일진의 실제 사주인 서 회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주민들에게 공개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진 측, “25억원 들여 오염저감장치 설치”

법적 기준 초과하지 않을 경우 공장 재가동

정재운 일진기업(주) 대표이사는 PPT를 이용한 ‘아스콘 공장 경과보고’에 앞서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로 인해 지역 주민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달한 뒤 “법원 및 관계기관, 주민 입회하에 전문기관에 오염도 측정을 의뢰해 법적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진 측은 지난해 8월 폐쇄명령처분 이전에 자진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를 저감하는 방지시설 설치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2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고의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공장 전체에 5억원을 들여 돔을 씌웠다. 동종업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많은 동종업계 관계자들이 견학할 예정에 있다”며 “RTO+CO 설치공사로 1차 유해물질 처리 후 2차로 촉매연소설비로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설계 시공해 악취와 먼지 등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어서 “현재 전국에 500여개소의 아스콘 공장 중 경기도에 50개소가 있으나 PAHs의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설치허가를 받은 곳은 단 1개소뿐”이라며 “나머지 시설들 대부분은 PAHs가 검출돼 폐쇄명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진 측은 이번 폐쇄명령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00년 최초 아스콘 공장 가동 당시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항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PAHs가 2015년 새로 지정됐지만 이에 대한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환경부 가이드라인에서조차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아예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는 전국 500여개 아스콘 공장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주민들은 일진기업은 무조건 폐쇄․이전 주장보다는 합리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광희 복포2리 이장은 “일진공장과 100m 거리한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주민대책위에서 지난 10년간 6명의 주민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포1리 원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주민은 “최근 일진 측의 초대로 방지시설을 보완한 공장을 견학했는데, 이 자리에서 기준치를 넘는 오염물질이 배출되면 폐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무조건 폐쇄만 주장하지 말고 일진 측과 합리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최승필 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에 끼어들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일진 측이 원주민 일부만 불렀는지, 우리 대책위는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고, 공장 견학도 처음 들었다”며 “일진 측은 기준치 초과 시 공장 폐쇄 약속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수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공장폐쇄 취소소송 즉각 취하하고 공장 가동 중지할 것 ▲주민대책위와 협의체 구성해 주민 의견 수용하고 주민 건강을 보호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 다할 것 ▲경기도는 이번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해 공장 폐쇄가 이행되도록 책임질 것 ▲양평군은 인허가 과정 조사 및 관련 공무원 법적 조치하고, 공장 주변 주민에 대한 건강 실태조사와 정밀역학조사, 지류 하천 수질 오염도 조사할 것 ▲양평교육지원청은 일진 공장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어린이집, 초․중․고교생 피해 조사 및 학생들의 건강권, 학습권 보장할 방안 마련할 것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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