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더욱 난해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중2병’이란 단어다. 이 말은 이해하기 어렵고 다루기 까다로운 중학생을 지칭하는 말이다. 오죽하면 어른들의 불편한 마음을 ‘병’이란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드러내고자 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이 단어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이 말은 중학교 아이들을 나대고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라 싸잡아버린다. 너무 쉽게 아이들을 ‘병’(?)으로 단정하고 비하하는 시선을 깔고 있다. 그러나 중학생은 폭풍 성장의 시기이기 때문에 인생에서 더욱 신중하고 세심하게 살펴봐야할 시기다. 그럼에도 성장과정에 나타나는 특정한 모습을 단지 ‘병’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것도 어른들의 권위에 찬 눈으로 말이다.

이 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학생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성장 특성을 ‘병’으로 부르는 순간, 아이들과의 공감과 소통은 단절되고 통제와 처벌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지기 쉽다.

한편, 쉽게 이렇다 저렇다 단정하는 것은 일종의 ‘나이주의’이며 어른들의 횡포다. 나이든 권력이든 자신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상대를 쉽게 판단하고 비하하는 행위는 차별이고 반인권적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기만의 온전한 삶이 있다. 이렇게 소중한 존재를 획일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개별적인 삶과 가치가 흙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제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동체의 시민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말이 필요하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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