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진 정의당 양평군위원장

도박이 나쁘다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다.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요행을 기대하는 사행성이 짙은 도박은 근면 성실한 삶을 해치고, 중독성 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건강한 가정을 파괴하기에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과 같은 전통적인 보수적 가치와도 위배된다. 당연히 보수단체는 물론이고 종교기관도 반대한다. 물론 정의당과 같은 진보적 정당도 사행성이 짙은 도박산업에 반대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회 통념적 상식 수준에서 화상경마장이 일반적인 스포츠 문화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그래서 한국마사회도 그것을 인정하기에 마사회 산하에 유캔센터(도박중독예방치료센터)를 설치해 도박중독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는 측도 상식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알기에 화상경마장을 숨기고 승마공원으로 포장하여 홍보하고 있다.

지난 달 한국마사회의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공모사업에 양평 내 한 사업체의 사업신청을 양평군청이 동의해줬다가 지역시민단체와 정의당이 강력히 반발하였고, 이에 양평군수는 동의철회를 공식화하고 임기 내 사행성산업 유치 불가를 선언했다. 양평 정의당이 화상경마장 사업신청에 동의를 해준 군수를 주민소환하겠다고 선포한 것도, 양평지역 시민단체가 반대서명운동과 집회시위를 하는 것도 다 대단한 정치적 결사의 의미라기보다 상식 수준을 벗어난 것에 대한 항의이다. 양평군의 즉각적인 동의 철회도 군수가 대단히 윤리적이거나 정치적이라기보다 상식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판단을 했으리라 본다.

그런 면에서 도박은 나쁘다는 상식이 그래도 양평에서는 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강렬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리 캠페인과 집회가 계속되고 있고, 반대서명도 1만 명을 향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매년 반복되는 여전히 포기할 줄 모르는 화상경마장 유치세력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해소할 지역 정치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정동균 군수도 수차례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지역구 정병국 국회의원도 반대하며 서명도 했고, 여당 지역위원장도 당론으로 정하고 반대하고, 지역구 도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는데 유독 지역 주민들을 직접적으로 대변하고 갈등을 중재할 군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화상경마장과 관련해 군의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화상경마장 사업신청에 대해 군수가 혹여나 사업동의를 해주더라도, 추가로 군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사업 선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의원들의 확실한 입장표명은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당연히 내가 뽑은 군의원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을 수 있는 것도 군민의 권리이고 이에 대해 선출된 군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의무이다. 그래야 이 사람이 나를 대변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고, 차기 선거에는 나를 대변할 사람에게 투표하게 된다. 하지만 화상경마장에 대한 질의에 ‘의견없음’으로 답변하는 7명의 군의원들의 담합행위는 화상경마장을 찬성하는 자, 반대하는 자 모두에 대한 직무유기이다.

그저 상식적 수준에서 군의회가 양평에 도박 등의 사행성 산업을 유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간단한 입장표명만 해주어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 이상 거리로 나오지 않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올해는 유독 한파가 매섭지만, 양평에 꽁꽁 얼어붙은 여러 현안들이 새해에는 부디 따스하게 녹아나길 기대한다.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양평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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