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제약이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 처녀 출전하는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단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처녀 출전한 000 세계대회에서 당당히 입상.’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에 ‘처녀출전’이라고 검색하니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이처럼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도 ‘처녀출전’이라는 단어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 단어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처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처녀’라는 단어고, 다른 하나는 전쟁터에 나간다는 의미의 출전이라 말이다.

처녀출전이란 말은 특정 운동 경기나 시합에 처음으로 나갈 때 쓰는 단어다. 주로 스포츠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말은 처녀림(virgin forest)이나 처녀비행(maiden flight) 같은 영어 표현에서 나온 것 같다. 물론 이런 영어 표현 모두 인권침해의 말이다.

‘처녀(處女)’는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자를 말한다. 그래서 순수하다는 표현으로 ‘처음’이나 ‘첫’이라는 의미로 연결했다면 정말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남성중심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며,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비유하면서 결국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전(出戰)은 전쟁터에 싸우러 나감을 의미한다. 이 코너를 통해 이미 소개한 태극전사나 용병이란 단어처럼 스포츠 경기를 전쟁에 비유하는 말은 너무 많다. 왜 아직도 굳이 공정한 경쟁이 핵심인 운동 경기를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전쟁 용어로 표현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처녀출전’이란 단어는 ‘처음 참가’나 ‘첫 참가’ 정도로 부르면 적절하지 않을까?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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