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교수

양평시민의소리가 창간한 지 7주년이 됐다. 그동안 지방언론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 500여명의 주주들과의 협치를 통해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을 보면서 칼럼을 쓰는 필자도 자부심이 생긴다.

필자가 석사과정 유학시절에 인구 약 30만 명인 미국 소도시에 살았다. 이곳에는 민영 TV방송국이 4개나 있고, 5개의 일간지가 발간되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우리나라는 전국을 커버하는 공중파 TV방송국이 3개뿐인데, 이리 많은 민영TV가 작은 시골에서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 의문은 바로 광고를 보면서 풀렸다. 동네식당과 극장, 카페, 심지어 중고자동차 상점의 판매원이 싸다고 외치면서 골프채로 중고차의 앞 유리를 깨는 역동적인(?) 광고까지 등장했다. 어린 시절 양평극장에서 했던 광고 같아 신기하기조차 했다. 유럽행에서 방문했던 영국의 밀튼케인즈시나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브르크시, 스위스의 이름 없는 작은 도시도 모두 비슷했다. 이들 지역 언론사는 규모는 작지만,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사회, 경제, 문화 핵심 인프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몇 년 전 교환교수로 근무했던 뉴욕의 코넬대학은 이타카(Ithaca)라는 인구 2만9000명인 소도시에 있다. 이곳에도 신문사가 4개(일간지인 대학신문 1개 포함)가 있고, 방송국은 무려 7개(2개의 FM방송국 포함)나 있다. 시민들은 이들 언론의 구독자, 시청자들이다. 당연히 이들 매체를 통해 동내 필수 정보를 취득하고 함께 생활한다.

한 번은 신문에 세계5대 심포니오케스트라인 러시아의 ‘St. Petersburg교향악단’이 공연을 한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입장권 가격이 불과 15달러였다. 특석도 보통석도 없이 1000여 석의 가격이 모두 같았다. 단, 선착순 좌석배정이었다. 뉴욕시에서 차로 5시간이나 떨어진 촌구석에 살면서 경제적 부담 없이 세계 최고수준의 클래식음악 감상을 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었다면 티켓가격이 20만~30만 원은 된다.

이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면 누리지 못할 호사를 한 셈이다. 입장권이 너무 싸서 궁금했는데, 초청비용과 입장권판매 차액을 코넬대학이 지불했다 한다. 촌에 사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학이 나선 것이라 했다. 이렇게 지역언론은 동네 주민들의 사회, 경제, 문화적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왜 지방언론이 존립조차 어려울까? 가장 큰 이유는 지방자치와 분권화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선출하지만, 각종 제도와 의사결정 권한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 주민들의 삶도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좌지우지 한다. 교육, 주택, 토지, 교통, 환경 등 정책결정권을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고 있으니, 중앙정부가 무얼 하는지 중앙언론 보도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이러다 보니, 동네 신문을 보면 촌스런 사람 취급을 받기까지도 한다.

선진국처럼 제대로 분권화가 돼 각종 세금 결정, 주택이나 토지관련 제도와 정책을 양평군청과 군의회가 결정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중앙언론 아닌 ‘양평시민의소리’가 보도할 것이고 양평시민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고 중앙정부는 국방과 외교만 맡아주면 좋겠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역량이 많이 성장했고, 지방 주민들의 기대수요도 매우 높다. 진정한 분권화만이 지방언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답이다.

작년 가을 여수 재래시장을 방문한 문대통령이 약속했던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화개헌’이 지켜지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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