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교수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지면서 스페인과 이태리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기적 같은 결과지만 현재 경제상황은 너무 안 좋다.

문제의 이면에는 일부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나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21세기 신산업육성이나 좋은 일자리창출 관련 혁신적 정책이 먹히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집단에 대한 설득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 근로자에 대한 대우는 정말 열악했고, 노조의 강경투쟁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투쟁을 통해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성취한 선진국 수준의 경제상황과 달리 일부 노조의 행태는 개발시대 수준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유학시절 필자가 다니던 미국대학 주변에는 여섯 개의 다른 은행지점들이 경쟁했다. 그들은 우리 은행과 달리 주말에도 지점을 열어 언제든 편하게 이용했다. 주말에 경제활동을 하는 학생고객의 편의를 위해 오픈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에는 은행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총 6만여개의 은행 중에 1년에 약 5천개가 파산할 정도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소수의 은행이 있었고, 은행이 파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정부보호 하에 안주하던 은행이 경쟁력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IMF금융위기 직격탄에 한일, 서울, 평화은행 등 주요 은행이 파산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수 년 전에 모든 은행의 영업시간을 오후4시에서 3시로 줄이자는 금융노조의 요구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점심시간에 은행창구를 닫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영업시간 결정은 은행이 정할 일이지 금융노조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용시민의 편익이 우선돼야지, 금융노조원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은행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므로 고객 편익에 맞춰 영업을 하는 것이 기본자세인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거래도 쉽고 ATM기계가 주변에 많아 은행지점에 갈 일이 전처럼 많지 않지만 정작 대출 같은 대면(對面)서비스가 필요하면 지점에 가야 한다. 이럴 때 오후 4시 이후나 주말에도 영업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 시민이 많을 것이다.

은행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는 일부 노조 소속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보면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직자나 비정규직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경제상황을 고민하는 여당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동개혁에 대한 조심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의원은 얼마 전 언론인터뷰에서 ‘친노조’와 ‘친노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친노동’이지 ‘친노조’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라면서 우리나라 노조가 너무 강하며 또한 정치적이라 여당조차 눈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최의원은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문제도 양대 노총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다. 노조 소속 근로자는 대부분 정규직이고 이들의 보수는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두 배가 넘는 경우도 많고, 근로자 내에서 갑중의 갑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지 비정규직은 철저하게 외면한다고 일갈했다. 이러한 노동시장 왜곡의 한 축이 강성노조라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가 아니라 여당 경제통 국회의원의 이야기이다.

과거 일본 노조가 주도했던 유명한 춘투(春鬪)가 사라진 것은 일본 노동자들의 경제불황에 대한 의식변화였음을 직시해야한다.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현실 등 환경변화를 수용하고 투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IMF와 같은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온다면 자칫하면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양평에 있는 대표적인 지역금융기관인 농협 등 금융기업이 근무시간이라도 탄력적으로 운영해 군민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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