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정부규제는 시장의 원활한 작동에 부담과 부작용을 낳는다. 공공성이 높은 부분은 정부가 개입하고 강한 규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에 대한 정부개입은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이 규제 완화에 직접 나서서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원칙을 훼손하더라도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현 정부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정한 것으로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규제 완화는 문민정부 등장 이후 모든 정권이 주장했던 구호였지만 보수, 진보 어느 정부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경우도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들의 약속과 의지에도 정부나 이해집단의 저항극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최근 핀테크(금융관련 기술)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그런데 거액의 투자처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도쿄라니 걱정이 앞선다. 먼저 일본시장을 개척하고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결정이었다. 라이벌인 카카오사가도 이미 올해 초에 블록체인 관련 회사를 일본에 설립해 약 100명의 직원을 채용한 것은 잘 알려진 바 있다.

이러한 국외 투자 열기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보이는데, 국내 투자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제도가 미비하거나 규제로 투자하기가 어렵고, 규제 완화를 기다리다 못해 차선책으로 더 늦어지기 전에 해외투자로 도전하는 수밖에 없어서다. 첨단 신기술 개발과 투자가 해외에서 진행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선언한 은산분리 관련 법안도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개도국인 중국도 이미 대기업의 은행 진출을 허용해 핀테크 분야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산업이 눈앞에 보이는데, 정부규제는 수십 년 전에 머무르고 있어 신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은 정말 안타깝다.

우리 정치인 중에는 공유경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21세기의 먹거리 신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규제 때문에 투자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유경제는 시민들에게 커다란 편익을 제공한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신기술 개발도 선도한다.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대표적 공유경제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버 서비스가 불법화돼 도입 자체가 불가하다. 택시업계 등 이해 관계자의 반발로 공유경제를 외치는 정치인들 중 어느 누구도 앞장서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시민의 불만이 많다. 우버가 도입되면 그런 불편은 곧바로 사라진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개선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짐은 물론이다.

우버사는 일본의 세계적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에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투자에 나서는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관련 일자리 창출은 덤으로 따라온다. 현대자동차도 이미 투자한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차량 공유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연초에 말레이시아와 동남아를 기반으로 하는 그랩(Grab)카에 268억원이나 투자했고(㈜SK도 이미 810억원 투자함), 호주의 카넥스트도어(Car Next Door)와 인도와 미국의 차량공유업체 미고(Migo)에 연이어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는 출퇴근 시간에만 예외적으로 카풀을 허용하니 투자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리는 과거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이제 답은 분명하다. 규제 완화와 기득권을 비켜갈 솔로몬의 지혜, 정치적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양평에도 이런 사례가 분명히 있다. 군청은 잘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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