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탈출 방법 (2)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이 안 보인다. 심하게 양극화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 방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의 언론인터뷰에서 ‘혁신성장과 제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불분명하며, 이전 정부의 창조경제와 뭐가 다른가?’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한 행사장에서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 온 선배를 만났다. 고속도로 통행차량의 통행료를 톨게이트 시설 없이 완벽하게 징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IT기술과 첨단제품개발에 성공했다 한다. 그런데 그는 이 신제품의 수요처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정부가 6000여명에 달하는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니 도입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일자리 문제가 다급한 과제인 정부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1970년대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마침 옆에 있던 또 다른 사업하는 선배가 이 이야기를 듣고 금방 반응을 했다. “아,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도로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공사 퇴직자들이 운영권을 따내 직원을 뽑아 운영해요. 주로 여성들이지요.” “독자적인 기업이나 마찬가지죠.” 고속도로 운영주체인 도로공사 직원들의 이해에 관련된 사안임을 알 수 있었다.

새로 개발된 첨단제품도입을 거부한 이 사례는 정부가 얼마나 현장을 모르고 경제정책을 펼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톨게이트를 없애고 이 최신기계를 도입하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한다. 새로운 첨단기술개발은 과거에 없었던 신산업을 만들게 된다. 이 장비를 만드는 공장이 건설되고, 필요한 첨단기술 관련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 또한 제품설치와 유지관리 및 보수를 맡는 기술 인력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이 제품의 경쟁력이 높다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생산을 해야 하고, 추가적인 고용은 물론, 소득도 크게 늘어난다. 기술발전으로 높은 보수를 받는 첨단기술자가 양성됨도 큰 혜택이다.

이러한 선순환이야 말로 혁신성장이 가져다주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 징수원들의 임금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비숙련 단순 반복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신기술제품이 통행차량 요금징수시스템으로 채택되면 이용시민들의 편익이 크게 향상됨은 물론이다. 출발톨게이트에서 카드를 받고 도착지에서 통행료를 내느라 정차할 필요 없이 그냥 통과할 수 있다. 주말, 명절이나 출퇴근 시간에 톨게이트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교통체증도 발생하지 않는 편익도 크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는 공짜로 통과하는 차량이 줄어들어 좋고, 톨게이트 건설비용과 관련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은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구조 조정의 한 모습이다. 톨게이트 유지와 요금 징수라는 기존의 저부가가치 단순서비스업종은 사라지지만, 과학기술개발을 통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 탄생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된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이 문제인데, 톨게이트 징수원들의 재취업을 돕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유사한 직종이 있다면 우선 취업시키고, 주변 교육기관에서 유망산업분야의 교육훈련을 시켜주되, 그 비용과 생계비를 지원해 주는 등 더 업그레이드 된 일자리 마련을 도와주면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사례는 정부공공부분이 독점한 여러 부문에 남아 있을 것이다. 혁신을 외치는 것도 좋지만, 우선 공공부분이 기득권에 얽매여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곳을 잘 살피시라. 우선 공공부분부터 혁신을 추구하시라. 그렇게 되면 부수적으로 민간부분의 성장이 뒤따라온다. 새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며 경제가 되살아남은 물론이다. 군청도 한번 살펴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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