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에 ‘유모차 부대’라는 말이 가끔 등장한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부르는 말로 사용되거나 유모차를 끌고 투표하러 나온 유권자가 많아졌다는 기사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다.

유모차는 젖 유(乳)에 어미 모(母)를 쓴다. 즉, 젖먹이나 어린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차(車)다. 그리고 부대(部隊)는 일정한 규모의 군사 조직을 말한다. 이처럼 ‘유모차부대’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다수의 시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대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여성(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배경엔 성차별적인 우리 현실과 말이 있다. 육아와 보호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모(母)를 사용하면서 육아와 보호의 책임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지우고 있다.

이처럼 유모차의 모(母)는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유모차’보다는 아이가 중심이 되는 ‘유아(幼兒))차’가 더 바람직하다. 유아차는 어린 아이를 태우는 차라는 뜻이기 때문에 보호자를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지도 않는다.

한편 ‘부대’라는 군사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집회와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의 권리 행사를 마치 군사 행동인 듯 비유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평소 무차별적으로 쓰이는 군사용어는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의 성적인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을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많다. 다만, 평소에 사용하는 말이 성역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면 과감하게 벗어 던져야 한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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