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단 공공취재

‘미투(Mee Too)’로 촉발된 성추행 논란은 학교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양평지역 중학교 두 곳에서 교사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건취재 과정에서 ‘추행’을 둘러싼 교사와 학생 간의 확연한 인식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미투’사건 관련 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반응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다겸, 박지빈 청소년기자가 ‘어디까지가 성추행인가’를 주제로 6명의 고등학생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의견이 청소년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토론이 진행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면 성추행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고의가 아닌 경우에도 성추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에는 정말 사소한 행동이라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성추행은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용문고1 김기찬)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성추행이라 하면 ‘행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선은 다르다. 행동뿐만 아니라 시선, 언어, SNS상 불쾌한 말 등, 당사자가 기분이 나쁜 모든 행동은 성추행이다. 어떤 사람은 시선만으로도 불쾌한 감정을 느껴 성추행이라 여길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이성을 비하하는 말만으로도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성추행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양평고1 오선주)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우) 교사가 고의로 성추행을 했다는 건 학생에게 성적인 호기심을 느꼈다는 것인데, 학생에게 성적호기심을 느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끼면 그것이 성추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해자가 고의로 한 것이 아닌 경우에 가해자의 상황을 피해자가 이해한다면 성추행이 아닌 것 같다.(용문고1 서사랑)

 

▲일단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한다는 것부터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나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지나친 장난을 치셨던 경험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사소한 행동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몸을 마음대로 만지는 경우에 ‘싫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성추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성추행에 대해 더 민감해졌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수도 있는데, 사소한 행동도 성추행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살아가면 오해할 일이 줄어들 것이다.(용문고 1학년 함수연)

 

▲성추행이 일어나는 이유는 권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똑같다고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여성이 약자다. 옛날부터 여성이 남성에 순응하고 살아서 남성이 여성을 낮게 본다. 이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을 때, 어떤 남성은 ‘강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과연 그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겼으면 할 수 있는 발상일까? 아직도 우리나라엔 이런 인식이 암암리에, 그리고 곳곳에 박혀있다.

또 우리는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볼을 만지는 행위 등 미미한 행동들을 성추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범죄 형벌은 유하기도 하다. 이 많은 것들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양평고2 신동희)

 

▲성추행은 가해자가 저질러서 일어난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교사의 성폭력 혹은 회사 상사의 성폭력은 주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다. 이는 우발적 범행도 아니다.

여러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가해자가 교수인 경우, 자신이 학생의 장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무기로 삼아서 성희롱, 성추행은 물론이고 성폭행까지 저지른다. 그건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자신이 더 수월하게 혹은 들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쉽게 저항하거나 공론화할 수 없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 실행하는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생각한다.(양평고2 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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