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바꾸려면 이렇게② 각종 위원회

74개 위원회 중 절반 이상 연간 2회 미만 회의

최근 몇 년간 위원 공개모집 전혀 없어

위원회 성격과 역할 명확히 규명해야

양평군의 각종위원회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위원회가 어떤 개념인지 정리해보자. 위원회는 위원으로 조직된 합의체로, 어떤 특정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합의기관을 가리킨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제116조에 근거를 둔 지방자치단체의 위원회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지방자치단체는 그 소관 사무의 범위에서 법령이나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심의회·위원회 등의 자문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 조항은 지자체 위원회의 성격이 자문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도시과 소관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장면.

물론 각 부서별로 설치된 위원회는 이 법 외에 해당 법률에 따라 그 성격이 천차만별로, 자문을 넘어 각종 의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시 정리하면 지자체의 위원회는 ▲전문가의 자문 및 정책 제안 ▲지역주민들의 군정 참여 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양평군을 포함해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를 찾아보긴 힘들다. 위원회가 주민들의 군정 참여를 보장하는 주요한 통로이니 만큼 그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74개 위원회 중 절반 이상 연간 2회 미만 개최

양평군이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74개 위원회 중 연간 2회 이하 회의를 연 위원회의 수는 무려 47개에 달한다. 이에 반해 10회 이상 회의가 개최된 위원회의 수는 고작 6개에 불과하다.

군 예산편성과 주요사업에 대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1회, 정보공개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정보심의위 3회, 민원조정 및 거부처분 이의신청 조정을 위한 민원조정위 2회, 농어촌 주요정책을 심의하는 농정심의위원회 1회, 지역만들기를 위한 주민참여위원회 2회 등에 그쳤다.

아예 회의가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의 수는 17개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특히 이중에는 교통안전정책심의위, 공공조형물 심의위, 청소년육성위, 도로명주소위, 계약심의위, 자연경관심의위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위원회가 다수 포함됐다.

<표>연간 10회 이상 회의 개최한 위원회(2016년 기준)

이런 현상은 양평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50~150여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원회 실무 민간에 맡겨야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이 위원회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업무과중과 정책 결정을 위원회에 맡기는 부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게 현직 공무원과 위원들의 설명이다.

한 공무원은 “여러 업무 중 하나가 위원회 간사 역할인데, 회의를 한 번 열려면 안건 및 자료 준비, 위원들 연락 등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회의 개최에 조금 소극적인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주민은 “회의가 있다고 해 참석해보면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이미 군에서 결정을 하고 위원들에게는 통보를 하는 모양새다. 물론 그 결정에 대한 의견이나 이의를 제기해달라고는 하지만 그런 언급을 하는 위원은 보지 못했다. 군정에 일정정도 참여한다는 기대가 완전히 무너져 다음부터는 위원회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회의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민간위원이 실무역할을 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해당 위원회에 관심이 큰 민간위원은 안건 준비에 있어서도 주민의 입장에서 더욱 다양한 영역을 고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위원회의 역할을 높일 수 있다.

◆공개모집․회의공개 원칙 지켜야

양평군은 2011년 ‘양평군 각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위원회의 설치절차, 위원모집 및 회의운영 방식 등을 규정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위원은 공직자인 당연직위원과 민간의 위촉위원으로 나뉜다(제7조1항). 위촉위원의 모집은 양평군 인터넷 홈페이지 및 군보에 공고하고 공개모집에 의한 방법으로 위촉하도록 했다(제7조2항).

하지만 양평군 홈페이지 공고란을 검색해보면 최근 몇 년간 위원회 모집 공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모집 공고를 내도 신청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공개모집보다 부탁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답변이 궁색한 변명이라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원회를 군에 협조적인 사람들로만 구성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당연직 위원의 수가 많고,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영입하는 위원도 다수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주민의 위원회 참여 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한 주민은 “사실 일반 주민들은 어떤 위원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모른다. 위원회에 대한 주민홍보가 먼저 필요하다”도 말했다.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양평군의 운영도 비판받을 부분이다. ‘양평군 각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9조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다른 조례에 비공개하도록 정한 경우와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군에서 열리는 위원회의 취재를 요청하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안 된다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대다수다. 지난 17일 열린 경관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년 초 일정기간 동안 각종 위원 공개모집 행사를 함께 개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양평군 각종위원회를 홍보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각종 위원회 근거인 조례에 회의에 대한 규칙과 위촉위원 공개모집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2016년 단 3차례만 열린 정보심의위원회의 경우 ‘양평군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조례’의 근거로 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위원회를 담당하는 담당자는 “민원인이 심의위 개최를 요청할 경우에만 위원회가 열린다”고 했지만, 이 조례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각종 위원회는 그 성격과 내용이 천차만별이라 위원회 관련 조례마다 회의운영 방침과 위원 모집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위원회 역할과 성격 명확히 해야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에 대한 민간연구소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소장은 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위원회의 명확한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위원회가 1년에 1회 또는 2회 이하로 개최되는 것은 실상 실질적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역할이 모호한 위원회는 과감히 폐지하거나 역할이 비슷한 위원회와 통폐합하는 것이 적절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위원회의 명확한 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 소장에 따르면 대부분 지자체의 위원회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포함한 극소수의 위원회만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할 뿐, 그 외 대부분은 주로 행정에 대한 자문기구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자문기구라 하더라도 위원들이 제기한 내용이 어떻게 군정에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면 이는 주민참여를 폄훼하는 것이다. 게다가 주로 평일 오전 11시나 오후 2시에 개최되는 회의시간은 위원들의 자유로운 참여기회를 가로막기도 한다.

앞서 위원회의 여러 문제와 대안을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원회를 대하는 양평군 공직자들의 태도다. 위원회를 통해 민의를 듣고, 민의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현 위원회 운영의 문제가 자연히 보일 것이고, 그 개선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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