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UN 총회에서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선포한 후 장애인의 날은 올해로 32회째를 맞았다. 이 땅에 장애인의 인권,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가치를 세우려 노력한지 32살이 된 해다.

초창기 장애인의 날은 언론이나 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장애인을 위한다기보다는 정치가나 지역유지들의 생색내기용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념행사가 끝나면 그날 오후 신문에는 으레 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자주 등장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행사를 주관하는 관련 단체들이 더욱 조심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등 진정 장애인을 위한 날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양평의 올해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비판적인 시각을 접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작년까지 군민회관에서 형식적으로 치러지던 행사를 이제는 야외에서 개최하고, 바자회도 함께하는 등 행사 주관사인 양평군 사회복지협의회가 기울인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지만, 용문산관광지 광장의 땡볕에 무려 1시간가량 장애인들을 앉혀놓고 전 근대적으로 진행되는 기념행사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격려사, 축사, 내빈소개 이후 이어진 공로자 수상, 장학증서 전달, 기념사진촬영 등의 과정은 마치 인내심을 실험하는 것처럼 보였다.

‘며느리는 봄볕에 내 놓고, 딸은 가을볕에 내 놓는다’는 말이 있다. 이날 유독 따가웠던 봄볕에 한 시간 동안 박수를 치며 침묵으로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러나 아무 불만을 표출 할 수 없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이런 식으로 행사를 진행한 주최 측에 화가 났다.

기념행사가 끝나고 장애인을 위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됐지만, 이미 1부 순서에서 장애인들은 진이 다 빠진 상태였고, 축하공연에 대한 호응도 그저 마지못해 쳐주는 박수로 보였다.

성경에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질문한다. ‘예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가 대답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네 이웃에게 해 주어라’.

올해 장애인의 날은 ‘생각의 장애를 넘어 따뜻한 사회로’라는 공식 슬로건을 채택했다. 이날 참석해서 자리를 빛낸 정치인과 내빈, 그리고 기념행사를 이렇게 진행한 주최 측에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제발 생각의 장애를 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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