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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봤습니다] 84세 신유항 관장, “마음은 소년 파브르”양평곤충박물관 신유항 관장

오늘도 야간채집, ‘양평곤충도감’ 만들고 싶다
어린이들의 필수 관광코스, 기쁨과 보람 느껴

양평곤충박물관(관장 신유항)이 매월 새로운 곤충을 전시하며 관람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으로 북적거리고 주중에는 어린이 단체관람이 끊이질 않는 양평곤충박물관. 전국 어디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이 박물관은 곤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온 ‘한국의 파브르’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곤충 잡기, 곤충 이름 맞추기, 곤충 표본 만들기의 달인 양평곤충박물 신유항(83) 관장을 만났다.

지난 해 11월 문을 연 양평곤충박물관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기획되었다. 14년 전 양평으로 이사한 신유항 관장은 경희대 교수로 재직당시 기차로 출퇴근을 했다. 하루는 연배가 비슷한 노신사와 같은 자리에 앉아 퇴근하면서 양평의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친환경농업박물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이때 신 관장이 “볼거리가 없어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농업박물관에 내가 보유 하고 있는 곤충표본들을 전시하면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 여든네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야간 채집을 즐거워하는 신유항 관장. 신 관장은 자신의 곤충 표본들이 잘 보존되어 어린이와 학자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노신사는 4년 뒤, 양평군수에게 곤충 전시를 제안했고 양평군은 산나물 축제 기간을 일주일 앞두고 곤충 전시를 의뢰해 왔다. 1주일 동안의 밤샘작업, 곤충전시는 대성공이었다.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은 처음 보는 곤충들을 신기해했고, 특히 아이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산나물 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진 곤충전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양평곤충박물관은 상설 박물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신 관장의 고향은 함경남도 함흥이다.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던 그는 열한 살이었던 어린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4학년 때 이상하게도 곤충채집에 재미가 들려 밥만 먹으면 벌레를 잡으려 다녔다”며 “청소년이 되어서도 그 재미를 쉽게 버리지 못하고 겨울이 끝나면 산으로, 들로 뛰어 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와 군 생활을 한 4년여의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곤충에게 바쳤다”며 “지금도 벌레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나의 삶은 그야말로 곤충과 함께 한 삶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곤충박물관은 아이들과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다. 실제로 박물관 일정을 보면 어린이들의 단체 여행예약이 줄을 잇고, 방문한 어린이들은 신기한 곤충들을 보며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신 관장은 “어린 아이들이 박물관을 찾아와 신기한 표정으로 전시물을 구경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관광버스 기사님들이 말하길 아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바로 곤충박물관이라고 한다니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고 흐뭇해했다.

또한 “요즘아이들이 대부분 도시에 살면서 자연은 잘 모르고 자란다. 그러다 보니 곤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전시품 외에도 8000점에서 1만 여점의 곤충 표본이 있으니 잘 정리해서 또 전시 하겠다”고 밝혔다.

▲ 4월의 전시 ‘양평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 나비’.


신 관장의 방에 채집도구가 보였다. 오전에 채집을 다녀왔느냐고 질문하자 “오늘 야간채집을 할 계획이 있어서 가져온 것”이라며 “전시품의 대부분이 양평지역에서 잡은 것인데 현재는 토속 곤충의 채집과 연구, 곤충 생태계에 대해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꾸준히 벌레를 만지며 사는 곤충학자로 살고 싶고, 나중에는 관련 자료를 모아 ‘양평곤충도감’을 제작해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곤충학계에서 신 관장은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곤충학회 회장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곤충관련 저서 또한 수십 권에 달한다. 열한 살 어린이 시절 즐거웠던 놀이를 여든넷 살에 백발이 되어서도 소중히 가꿔가고 있는 모습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 형태는 많이 바뀌었지만 재미있는 놀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다.

▲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양평곤충박물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나비를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곤충들이 있지요. 작은 녀석들이지만 사람과 함께 호흡하고,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공생의 생물입니다. 나는 곤충을 채집할 때는 보석이라 여기고 채집해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표본을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즐거움도 느끼죠. 부디 이곳에 있는 1만 여점의 곤충들이 잘 보존되어 어린이와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길 바랍니다.”

한편 양평곤충박물관에서는 4월 전시 ‘양평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 나비’를 전시하고 있으며 5월에는 ‘봄에 나타나는 곤충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조형연 기자  greenb@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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