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초 학부모회,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스쿨존 데이’

운전자 눈에 잘 띄고 책임감 느껴

 

다문초 학생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 30㎞를 뜻하는 '30'이 표시된 형광색 안전덮개를 가방에 씌운 채 등교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수년간 국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3월 개학을 맞으면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통계를 보면 1~2월 각각 689건과 769건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일선 학교가 개학하는 3월에 869건으로 늘어난 뒤 4~10월 평균 1000~1200여건 발생했는데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에도 유사했다.

새 학기를 맞아 다문초등학교와 학부모회는 3월7~9일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색다른 행사를 준비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스쿨존 데이’가 진행된 다문초등학교 등교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방수기능에 스쿨존 제한속도 표시…사고 막고 비도 막아줘요

지난 7일 다문초등학교 후문과 횡단보도에는 김혜련 교장과 용문파출소 경찰, 학부모회 회원들이 ‘건널목 주·정차 앙돼요~, 초등학교 보호구역 내에서는 30㎞ 속도제한을 지켜주세요’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 홍보가 한창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필기구를 나눠주며 안전의 중요성을 알린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캠페인이다.

등굣길 교문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가방이 수상하다. 형광색 바탕에 커다랗게 ‘30’이라고 적힌 덮개가 씌워져있다. 덮개의 정체는 지난해 6월 경남도교육청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한 방안으로 스쿨존 내 제한 속도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안전가방덮개’ 다. 차량 속도제한 커버를 가방에 부착하는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처음으로 벤치마킹했다. 아이들이 메는 가방에 이 덮개를 씌우면 운전자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과속이나 시야방해 등으로 인한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 아이디어는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2017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에 선정됐다.

스쿨존은 어린이 보호를 위해 설정한 학교나 유치원 주변 반경 300m 이내 지역을 말한다. 어린이들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운전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서 현행도로교통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차량속도를 최대 30㎞로 제한하고 교통법규 위반 시 범칙금 2배 부과 처벌 규정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달리고 있다. 지난 10년간(2007~16년) 발생한 전국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무려 5363건에 달했다. 스쿨존에서 사망한 어린이만 72명, 영구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중상을 입은 어린이도 2375명이나 됐다. 스쿨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계속되자, 어린이들 스스로가 '걸어다니는 교통표지판'으로 변신하게 됐다.

신순아 다문초 학부모회 회장은 “지난해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 등·하교 길 안전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가방안전덮개가 타 지자체에서 호응을 얻고 있어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단순히 덮는 기능 이외에도 방수 기능이 있어 비오는 날 가방을 보호할 수 있고, 형광색으로 제작해 식별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가방안전덮개는 학부모회와 다문초의 지원으로 제작돼 전교생에게 배포됐다.

다문초 교장, 학부모회, 용문파출소 경찰이 캠페인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는 “눈에 확 띄니까 속도를 줄이게 되고 꼭 지켜야겠다는 책무감도 든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교통선진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서면 따라가는 모든 차가 같이 선다. 아이들이 가방안전덮개까지 사용하면서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며 “교통법규를 지키는 어른들의 노력과 의식개선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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