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O탐방③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

NPO는 비영리민간단체(Non-Profit Organization)의 약자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말한다. 정부가 미처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자율적으로 해결해나가는 NPO의 존재여부는 최근 시민사회의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본지는 양평이나 타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NPO탐방기>를 연재해 독자와 함께 양평발전의 희망을 찾아보고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할 단체는 사단법인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다. 지난달 26일 성종규 회장과 김양현 사무처장을 인터뷰한 내용과 단체정관 및 각종 활동 자료 등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2012년 일본NPO 마을만들기 벤치마킹해 결성

공공디자인, 마을만들기, 자자체사업 자문 목적

애향심과 공동체성 기반으로 ‘서종 전문가’ 지향

 

서디본 집행부의 2017년 송년회 모습. 지난해 문호리 간판개선 시범사업 참여를 위해 회원 4명이 옥외광고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간판을 공간디자인의 한 요소로 보고, 지난 2013년부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간판을 구상해왔다.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이하 서디본)’는 2012년 11월 서종면에 거주하는 주민 35명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마을디자인’이라는 표현으로는 무엇을 추구하는 단체인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 비영리민간단체의 마을만들기 활동을 벤치마킹해 설립됐다는 성종규 회장의 말을 들으니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서디본은 정관에 의하면 공공디자인, 마을만들기, 자방자치단체의 사업에 관한 자문 등을 주요 사업으로 설립됐다. 초대 회장은 민정기 화백이었고, 성종규 회장이 초대 사무처장을 맡았다.

서디본의 운영원칙은 ▲철저한 주민주도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어떤 사업도 A급으로 수행 ▲우리가 만든 것은 우리가 유지·관리 ▲철저한 비정치성, 비당파성 ▲지역의 다른 주민단체와의 연계 등이다. 이 원칙은 성 회장이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매끄럽게 지켜져 온 것으로 보인다.

서디본은 정관에 동의하는 주민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는 김양현 사무처장을 비롯해 이순화, 김진화, 황귀석, 이상경, 손창현, 이승현, 이천조, 이기석 등 8명의 집행부를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비나 출자금을 재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들과 달리 사업비는 각종 공모나 지원사업으로 확보하고, 일반운영비는 수시로 자부담한다.

서종면사무소 앞마당의 쌈지공원(한뼘공원). 2013년 경기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조성한 최초 사업. 3000만원의 예산으로 백년이 넘은 느티나무 아래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차를 위한 공간을 사람을 위한 소통과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에서 서디본이 추구하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본격적인 활동은 설립 이듬해인 2013년 2월 경기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뒤늦게 공모소식을 듣고 밤을 새워 준비한 신청서가 선정되고, 사업비 7000만원도 지원받으면서 추진동력을 얻었다. 주1회 집행부 회의 및 학습, 도시경관·건축·아름다운간판거리 등에 대한 전문가 초빙 세미나, 일본 오부세마을과 가와고에 현장탐방 등을 통해 서종의 10년 마스터플랜을 이 시기에 꼼꼼하게 세웠다.

2013년 쌈지공원, 2013년 북한강갤러리, 2014년 쓰레기하치장 예술화단에 이어 2016년 3·1독립만세항쟁기념공원, 지난해 문호리 간판개선 시범사업 참여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올해 시작되는 서종면 농촌중심시활성화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생업에 종사하면서 지역 일에도 꾸준하니 쉽지 않은 집중력이다.

김 사무처장은 서디본 회원들을 ‘서종지역의 사람, 역사, 기반시설, 경관요소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회원들이 관련 분야의 준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했고, 그에 따른 자부심 또한 높아 보인다.

또 건축, 도시계획, 조경, 간판, 디자인 분야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노력해왔는데 현재 20~30명의 전문가와 재능기부를 마다하지 않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성 회장은 그 힘을 ‘주민주도 마을만들기’의 의미를 공유하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걷기 좋은 서종, 문화예술 서종, 아름다운 경관의 서종’

한뼘공원, 갤러리, 기념공원 등 공간조성

문호리 간판개선사업으로 거리조성 첫발

 

서종면사무소 앞의 북한강갤러리. 2014년 5년 이상 방치돼온 소방차고지를 서디본과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지역 예술가와 청년회원 등 30여명의 주민이 팔을 걷었고, 경기도 평생학습지원금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매년 20여회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올해 예약도 완료된 상태다.

서종면사무소와 문호리 주변에서 서디본이 서종 5개 단체·협의회와 함께 한 마을 디자인 결과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사업들은 경기도, 한국농어촌공사, 농축산부 등의 공모사업과 군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NPO단체인 서디본은 아름다운 경관 조성을 위한 ‘운동’ 주체이지 ‘건축’ 주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경기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으로 만든 쌈지공원, 2014년 경기도 평생학습지원자금으로 만든 북한강갤러리, 2015년 문호리 중심가의 쓰레기 하지장소에 만든 예술회단은 2015년 서종면에 국토교통부 경관대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2016년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남녀지도자회, 청년회 등 5개 단체가 주최한 3·1독립만세항쟁기념공원 조성과 지난해 참여한 문호2리 일대 간판개선 시범사업은 서디본이 가고자 하는 길을 짐작케 한다.

성 회장은 “서디본의 최종 목표는 ‘걷기 좋은 서종, 문화예술 서종, 아름다운 경관의 서종’을 만드는 일이다. 문호리 옛 장터거리를 중심으로 ‘도로(道路)’가 아닌 ‘가로(街路)’를 조성하고, 휴머니티·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전체적인 경관 조성”이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지역주민, 지역단체와 꾸준히 공유해왔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공모를 위해 6개월간 현장포럼과 선진지 견학 등을 진행하며 공감대를 넓혔다. 올해부터 5년간 진행되는 중심지활성화사업이 종료된 후 서종면은 어떤 모습일지, 10년의 마스터플랜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쓰레기 예술화단 1호. 2014년 문호리 중심가의 쓰레기 하치 장소를 회양목과 돌로 정비해 예술화단을 만들었다.

 

◇ 마을경관 조성… 공동체 복원 과정

서디본은 왜 마을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일까? 흔히 얘기하는 환경 정화, 마을 소득사업, 도농교류가 아니고.

성 회장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공공간이나 건축물 또한 소득 위주, 편의와 효율 위주로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돼왔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경관이 다 무너졌다. 경쟁적으로 만든 간판은 농촌경관을 헤치는 대표적인 요소가 됐다”며 “소득 위주 발전을 계속해왔지만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는 부정적이었고, 한계가 있었다. 허물어진 농촌공동체의 회복과정을 공공공간 회복과정에서 추구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위주 도시계획은 있어도 농촌의 경관, 미관, 역사지구를 관리해 나가는 규정은 없다. 김 사무처장은 “2017년 경관법이 생겼지만 도시 위주의 적용이고, 지방 소도시에 대한 언급은 없다. 2015년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는 자체 조례를 제정하도록 됐지만 적용 안 되고 있다”며 “전원도시로 변해가는 서종면이 모델이 될 수 있다. 농촌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농촌만 제대로 변해도 전 국토가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 활동 원동력은 ‘향토애’와 ‘공동체성’

지역 NPO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역에서는 정파성, 당파성보다 지역성, 공동체성이 강조돼야 한다. 지역사회 발전의 운동력은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향토애와 지역기반이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지역문화와 진정한 지역발전을 원한다. 우리 회원 중에는 자유한국당도 있고 통합민주당도 있지만 아름다운 서종을 만드는 일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NPO는 철저히 지역 지향적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 원주민 결합도 중요한 요소다. 서디본은 원주민 이주민 구분 없이 하나된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부했다.

 

2016년 조성한 3·1독립만세항쟁기념공원. 작은도서관 건물의 도로변 쪽 벽면을 타일벽화로 꾸몄는데, 3·1독립운동 당시 장터거리에 모인 사람들이 결연한 의지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재현했다. 군의 지원금과 주민성금으로 사업비를 마련했고,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3개월 넘도록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제작에 참여해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기념공원을 조성했다.

◇ 다양한 NPO… 지역발전에 ‘이익’

농촌지역에서, 양평에서 독립적인 NPO활동을 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현재 지역에서 활동하는 NPO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대부분의 국가 시책사업에서 민·관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읍·면 단위 관변단체 이외의 거버넌스는 존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도시에서는 없어진 동사무소, 동장, 반장 등 전통적인 조직의 기능이 여전하고 마을만들기도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통적 조직에 한정하고 있는 것이 양평의 현실이다. 행정에서 기존 형식과 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디본 또한 이런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다양한 NPO가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분명히 지역발전에 이익이 된다. 대부분의 시·군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제안서를 내면 심사를 통해 지원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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