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북카페 ‘조르쥬 상드’에서 출판기념회

안정옥 시인. 1990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나는 독을 가졌네』『나는 걸어 다니는 그림자인가』『아마도』『헤로인』『내 이름을 그대가 읽을 날』등이 있다. 2011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안정옥 시인이 지난 9일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시집을 출간했다. 문학동네시인선 99권인 시인의 8번째 시집에는 56편의 시가 특정한 부의 나눔 없이 담겼다.

시인은 시집 앞날개에, 흔히 쓰는 학력과 이력 대신 “나를 대신해줄 적당한 말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 했다”며 “하는 수 없이 내게 소중한, 말이 되려 꿈틀대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잊혀진 ᇰ ᇹ ᇫ ᆞ까지 모두 보낸다./ 하려는 말이 다행히 그 안에 듬뿍 들어가 있다면/ 말의 상심들아,/ 내가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하게 되었는지 알아내주는 것은/ 순전히 당신들의 역할인 걸”이라고 적었다.

56편의 시는 그의 일상이 고스란히 읽힌다. 시인은 <한강 포구로부터 100㎞>에서 ‘시시각각은 내게 고통이고 시(時)다 시시각각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죽어갔을 것이다 그것 없이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인가’라고 말한다. 아침마다 거니는 들꽃수목원 뒷길 산책로에서 흘러가는 강물과 변화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시인은 그런 생각을 했던가보다. <직업>에서는 ‘생각들도 깨우지 않으면 달콤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네 날 깨워 생각들이 잘려나가지 않기를 이 생각들의 줄기를 빨리 파악하여 한 편의 시(詩)가 완성되면 한시름 놓겠네’라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북카페 ‘조르쥬 상드’ 창가에 서서 절며 걸어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인은 한시도 시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시집을 출판한 문학동네 출판사는 안정옥을 이렇게 소개했다. “시인에게는 놀라우리만치 녹슬 줄 모르는 비밀병기가 하나 있으니 이는 날뛰는 망아지 같은 감수성이 아닐까 한다. 하고 많은 것 중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 소와 같은 천방지축을 힘으로 말하자면 ‘있다’와 ‘없다’ 사이를 마구 치받고 있는 ‘와중’의 감각이랄까. (중략) 실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있다’와 ‘없다’ 사이에 놓여 있지 않을 수가 없는 거라지. 그게 삶과 죽음 사이에 느닷없이 던져졌다 알 수 없이 사라지는 우리들 모두의 꿈만 같은 현실이자 현실인데 꿈이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옥 시인은 매 시집에서 특유의 씩씩함을 티내왔다. 어떻게 이렇게 비뚤어졌음에도 거참 신기하다 싶을 정도의 긍정적인 시선을 지켜왔는지 그 모순의 건강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말이다.”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박상수는 “자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고민하며 답을 구하려는 시인의 의지와 사유의 진지한 주고받음이 흙바닥에 발을 딛고 안개 속을 가로지르며 나지막하지만 치열하게 펼쳐진다고 할까. 흐릿한 안개 때문에 발이 보이지 않아 현실의 사람이 아닌 듯도 보이지만 그녀는 작은 1인용 풍등(風燈)을 쥐고 끝까지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거친 땅 위를 걸어간다”고 평했다.

시인에게 나이가 의미 없음을 알지만, 6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유의 끈을 여전히 팽팽하게 잡고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안정옥 시인은 마지막장에 실린 <문득>에서 마트의 야채 코너 숨도 못 쉬게 밀봉한 브로콜리, 비닐로 칭칭 감은 양배추 앞에서도 얻으려 했던, 1년 가까이 사로잡혀 풀리지 않았던 그 답이 아침에 눈을 떠 몸을 세우기도 전에 문득 왔다며, 마음에 너무 꼭 들어 날아갈 것만 같았다고 말한다. 이어서 “다음 문제여 어서 와라 더 크고 힘찬,/ 내 머리를 쥐어짜도/ 풀 수 없을 어려운 문제여/ 나를 더 아프게 할 문제여/ 와라”라고 호기롭게 외친다.

안정옥 시인은 오는 27일 오후 5시 그가 운영하는 북카페 ‘조르쥬 상드(양평읍 시민로2 2층)’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일 년 넘게 걸린 새 시집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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