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2015)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사회적 인정의 문제”입니다. 사회가 인정한 ‘사람’에게는 사회가 ‘자리’(장소)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면 사회가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 아닌 인간에게는 사회에 당연히 자리가 없겠죠.

어떤 인간에게 사회는 자리를 허락하지 않을까요? 바로 노예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노예 말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태아나 장애인, 난민 등도 그렇습니다. ‘사람’으로 인정하면 사회가 자리를 내어주고 ‘환대’하며 성원권을 부여해주지만, 노예에겐 따로 자리를 내어주지도, 환대하지도, 성원권을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주인 부부의 침실 구석에서 물심부름을 위해 함께 자지만 주인은 노예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존재에게 환대를 할리 없습니다. ‘사람’ 아닌 존재와 환대를 주고 받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처럼 맞물려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를 탐구하는 책, <사람, 장소, 환대>는 나와 타자, 그리고 사회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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