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말이면 여기저기 멀쩡한 인도를 다시 뜯는 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남은 예산을 다 소진해야 다음해에 예산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다. 하도 욕을 먹어서인지 지금은 도로 파헤치는 모습이야 많이 줄었지만 세금이 술술 세는 일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주 토요일 양평로컬푸드 앞 주차장에서 열린 ‘제1회 로컬푸드데이’는 한 달도 안 되는 준비기간에 급조된 테가 역력한 엉터리행사였다. 총 사업비가 3000여만원인데 협동조합에서 1200여만원을 냈고, 도비와 군비가 1800여만원 지원됐다. 행사목적이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는 생산자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는데 농산물 수확도 끝나고 김장도 막바지인, 그것도 11월 하순의 쌀쌀한 날씨에 농산물축제라니. 더 큰 문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런 행사가 브레이크 한번 안 걸리고 그대로 추진된 점이다.

올해 유난히 축제예산이 많이 편성됐다. 농가나 체험마을, 마을기업 관계자들은 일회성, 소비성 예산을 상품이나 마을의 지속적인 홍보예산으로 쓰도록 자율성을 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루 일당도 안 벌리는 행사장에 군이나 단체의 눈치가 보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석하지만 홍보나 마케팅에 도움이 안 되니 호객 행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서 있을 뿐이다. 행사비의 30~40% 이상을 차지하는 공연예산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

잘못된 시책은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기 시작하면 고치기는 더 힘들어진다. 예산낭비가 계속돼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양평사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차는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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