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롯데마트에게 듣는다

상인회 “이대로 대형마트 들어오면 시장 무너져”

롯데마트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협상 어려워”

지난해 12월 김선교 군수가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 롯데마트, 시행사 티엘엘스산업, 소비자 등을 불러 가진 간담회는 ‘상인회는 롯데마트와 상생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서고, 시행사는 건물을 완공한다’는 서로간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후 상인회는 자체 전통시장활성화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그 결과를 지난 8월 상인회 이사회에 보고했다. TF가 보고한 핵심 내용은 ▲오일장 환경개선 및 상인회원 사업 참여 ▲임대업 상인의 대책 마련 ▲맛집 유치전략 ▲시장 공동체 화폐 제작 ▲롯데마트와 상생합의 등이었다. 하지만 상인회는 TF가 보고한 내용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묵살했고, ‘롯데마트와 상생합의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지난 3월 공사를 재개해 완공된 롯데마트 건물. 양평시장 상인회의 ‘상생합의’ 거부로 준공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 티엘엘스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김선교 군수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상인회는 협상을 시작한다고 했고, 군청은 준공 허가 시 ‘상생합의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 약속을 믿고 40억원을 추가로 들여 건물을 다 지었는데 이제와서 상인회는 ‘묻지마 반대’로 나오고, 군청 또한 ‘상생합의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기간 군청과 상인회는 양평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시장쉼터를 만들었으며, 시장길 일방통행을 시행했다. 하지만 오일장과 상점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진행되는 쉼터의 문화공연의 관람객은 어르신이 대다수다.

양평의 소비자들은 하남에 새로 생긴 대형쇼핑몰이나 인근 도시의 대형마트로 나가 장을 본다. 한 소비자는 “양평시장은 더 이상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아무 대안없이 마트입점을 반대하는 상인회를 이해할 수 없다. 언제까지 외부에서 장을 봐야하나,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본을 지켜만 보는 군청도 상인회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고건덕 양평시장 상인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양산하고, 또 일부는 반대로 상인회 입장을 대변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30~31일 상인회와 롯데마트 관계자를 만나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그간 양측이 어떻게 ‘상생합의’를 진행했는지, 롯데마트가 제시한 상생합의안의 내용은 무엇인지, 상인회의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지면에 싣는다. 특히 지난해 12월 김선교 군수가 주재한 간담회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상인회>

“전통시장 자생력부터 갖춰야 영세상인 산다”

이천희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 이사

본지는 애초 고건덕 회장에게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고 회장은 “롯데마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천희 이사에게 위임한다”며 인터뷰를 넘겼다. 이 이사는 최근 기존 전통시장활성화 테스크포스(TF)를 대신할 대형마트입점 대책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다.

▲대형마트 입점 반대 이유는… “약자인 영세상인과 강자인 대기업 대형마트가 어떻게 경쟁이 되나. 그래서 정부도 법으로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대형마트 입점을 막은 것이다.

대형마트와 상생도 우리(양평시장)가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현재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시장 망하는데 어떻게 상인입장을 대변하는 상인회가 찬성할 수 있나.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양평시장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5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맞다. 이 기간 상인회가 시장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이뤄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책임은 통감한다. 그래서 올해 초 시장활성화 TF를 만들었지만, 그 내용이 롯데마트와 합의 시 장점만 부각돼 있어 이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기존 TF를 해체하고 대책위를 맡아 시장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대책위의 시장활성화 방안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대형마트를 대신해 저렴하고 품질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설시장을 구축하고,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일 오일장과 주말장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롯데마트의 지원을 받아 시장활성화할 수는 없나… “지난 사례를 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합의를 성공적으로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트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도 하지만, 실제로는 문 닫는 상점이 생겨 오히려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도 세금은 양평군에 내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지난해 군수와 간담회에서 한 약속은… “당시 고건덕 회장 대신 나와 총무가 참석했다. 우리가 상생합의 협상을 한다고 했다는데 결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다만 군수님이 흉물스런 건물을 용도변경 해 준공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만 동의를 한 것 뿐이다.”

▲최근 상인회장의 부적절한 처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됐는데… “롯데 측이 이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걸로 안다. 특히 상인회장을 많이 만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 년간 만남을 갖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친분도 쌓일 수 있고, 농담으로 한 말들이 부풀려져 기사화 된 것으로 안다. 일부 이사들이 롯데 측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상생합의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려 했으나 무산된 일도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간 전통시장활성화를 못 이룬 상인회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 하지만 이 상태로 대형마트가 입점되면 양평시장은 망한다. 시장이 망하면 그와 연계된 식당, 주점도 다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먹자골목의 성공을 보며 상인회도 달라지고 있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

<롯데마트>

“1억원 들인 컨설팅‧TF 결과보고도 말짱 도루묵”

롯데마트 매장개발팀장

지난 2013년부터 롯데마트 양평점 입점을 위해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와 ‘상생합의’를 추진한 롯데마트 관계자를 지난 31일 읍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본인 요청으로 실명을 밝히지 못함을 이해 바란다.

▲그간 상인회와 어떻게 협상 진행했나… “2013년 처음 양평에 왔을 때는 최창은 전 회장이 상인회를 이끌었다. 당시 우리가 제안한 상생합의안을 상인회 이사회에서 몇 차례 토론도 하고 제안도 있었다. 그러다 2014년 고건덕 회장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상생합의안이 검토되지 않았다. 수 십 차례 회장 및 이사들을 만나 요청했고, 공문 또한 주기적으로 계속 보냈지만 답은 없었다. 지난 6월 TF에서 상생합의안에 대한 설명요청이 있었던게 전부다.”

▲2015년 전문가 컨설팅이 있었는데… “맞다. 이사들과 대화 중 시장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컨설팅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롯데는 비용만 부담하고 컨설팅 진행은 상인회 측이 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변명식 장안대학교수에게 의뢰해 9월 경 결과가 나왔지만 상인회 측은 별 내용 없다며 이를 무시했다. 1억원의 예산만 날린 셈이다.”

▲2016년 12월 군수 간담회의 내용은… “12월 6일로 기억한다. 당시 군수님이 롯데 측이 상생합의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해 그간 있었던 경과를 보고했고, 상인회 측도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 군수님이 이를 듣고 건축물이 흉물로 방치되니 이를 해결하자고 하며 서로 양보하고 상생합의 협상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행사와 상인회 측이 이에 동의해 현재 건물은 다 지어졌지만, 상인회의 묻지마 반대는 계속되고 있다.”

▲상생합의안의 주요 내용은…“양평 특산물인 쌀, 엽채소류, 친환경농산물 등의 판로개척, 약 200~300명 고용인원 중 지역주민 70% 이상 고용, 오일장과 연계한 정기 휴무, 장학금 기부, 5~7억원 규모의 양평시장 시설개선사업 지원, 시장내 전기‧소방 안전 점검, 다양한 지역봉사 활동 등이다. 안타까운 것은 상인회가 이 합의안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도 없다는 것이다.

▲세금납부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상인회는 물론 군청에서도 세금을 양평군에 안내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연매출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 2~4억원 가량 세금을 양평군에 내야 한다. 일부 대도시의 거대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경우 법인화를 통해 지방세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양평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형마트 입점은 양평시장내 영세상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 양평시장은 70~80%가 음식점‧주점 등 유흥상점가다. 일부 공산품 취급점포는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즉, 대형마트가 없어도 인터넷쇼핑, 홈쇼핑 등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바뀌어 감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대형마트 입점은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상인회가 상생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끝으로 할 말은… “지난 5년간 상인회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억원을 들인 컨설팅, 지난해 말 군수 주재 간담회 결과인 TF 등이 대표적이지만 상인회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상인회와 협상을 이어가기 힘들다. 이제는 행정이 나서야 한다. 실제로 지자체가 중재에 나서 상생합의를 이끌어낸 경우도 많다. 이대로 가다가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우려도 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