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3판2승. 앞줄에 선 주민들은 주저앉다시피 자세를 낮추며 용을 쓴다.

요즘 마을의 가장 큰 행사하면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나 어버이날 경로잔치 정도다.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던 초등학교 운동회는 대부분 학교 자체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있는 고령의 주민들은 더 이상 손주를 보러 학교에 갈 일이 없다. 가끔 학교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하지만 잠시 머물 뿐 더 이상 학교는 마을의 중심공간은 아니다.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3년차 기둥마을인 강상면 세월리는 올해 마을행사를 하나도 치루지 못 했다.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는 구제역 때문에, 5월 어버이날 경로잔치는 대통령선거로 취소됐다. 최상준 세월리 이장은 “월례회의에서 마을운동회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릴 수 있고, 이주민들도 얼굴을 익힐 수 있는 자리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아이들이 건넨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뛰는 어르신들.

운동회 준비는 세월리 마을회, 노인회, 부녀회, 청·장년회, 행복마을추진위원회, 세월모꼬지 등 마을에 있는 모든 모임이 함께했다. 지난 9일 세월초에서 열린 ‘제1회 세월리 주민 마을운동회’는 150여명의 주민들이 운동장에 모여 운동도 하고 노래자랑도 하며 마을잔치를 벌였다. 최 이장이 마을일을 문자로 알려주는 가구가 280호니 적어도 주민의 3분의1은 참여했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룬 셈이다.

‘골 맛 한번 보자구요’… 부녀회원들이 한 줄로 서서 순서재로 공을 차며 누구 공이 들어가나 지켜보고 있다.

마을운동회를 처음 제안한 이인숙 세월보건지소 소장은 “작은 행사로 제안했는데 부녀회, 세월모꼬지 등에서 열성으로 준비하다보니 이렇게 운동회가 커졌다. 줄다리기 할 때 세어보니 주민들이 많이들 오셨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먹고 말테야’… 어린이, 어르신으로 나눠 진행된 추억의 과자 따먹기. 마음만큼 귑지 않다.

마을행사를 하면 가장 일손이 바빠지는 게 부녀회다. 이번 운동회를 위해 부녀회원 50여명이 전날부터 점심상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학교식당에서 배식을 하는 안상희 부녀회장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옛날에는 이웃끼리 오고가는 인심이 좋고 옆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 알았는데 요즘엔 달라졌다. 운동회를 하니 주민끼리 얼굴도 보고 아주 즐겁다”고 말했다.

김지연 마을사무장은 “운동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어르신들이 많이 나오시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점심식사를 하신 분이 200명 정도”라며 “청·장년층이 주축이 되니 주민참여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단짝’…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하는 2인3각 경기. 어린이와 어른이 짝을 이뤘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운동회는 노래자랑을 끝으로 2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주민들은 경품으로 받은 수세미, 가위, 수건, 휴지 등의 각종 경품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뻐근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떠났다.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아닌 주민들이 학교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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