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형 지음, 낮은산(2017)

봄이면 우리 양평에도 온갖 풀들이 지천으로 돋아납니다. 배낭을 메고 또는 그냥 까만 봉지를 들고 산과 들을 탐색하며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찾아다니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그럴 때면 양평에 일곱 해째 살면서도 어떤 풀을 먹을 수 있는지를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은 그저 눈 뜬 봉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는 거라곤 텃밭에서 키우는 토마토, 가지, 깨, 상추, 고추 등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채소들뿐입니다. 그런데 <자연에서 읽다>의 저자는 다릅니다.

저자는 자급자족과 충만한 삶을 위해 시골로 이주하여 10년을 자연을 공부하고 느끼고 체험하고 맛보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한두 끼 먹을 양만 들풀을 채취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그 들풀들에서 ‘햇살과 바람과 물과 흙과 작은 존재들이 빚어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선순환’을 느끼고, ‘내 목숨이란 것이 사실은 수많은 남의 목숨에 의존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느끼며, ‘자연이 이루어놓은 잔칫상 한쪽에 슬쩍 앉아 잘 얻어먹고 있구나’하는 고마움에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란 게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가 차려 놓은 잔칫상 한쪽에 슬며시 앉아 이야기 듣는 재미가 쏠쏠한, 그러면서도 시골살이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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