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양평시민의소리에서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의 그림자’라는 칼럼을 읽었다. 은퇴한 노년층이 살기 좋은 도시가 양평이라는 의미인가 하고 보았다. 한 경제신문사가 주최한 도시평가에서 양평이 좋은 순위를 받았는데, 군청의 반응이 좀 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 칼럼의 내용만으로 정확한 평가 지표를 알 수는 없으나, 금융기관에서 자산을 관리하는 PB들 30명이 했다니, 그들만의 관점에서 진행한 평가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 평가에 지자체가 플래카드까지 걸고 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비판이었다.

여행을 다녀보면 곳곳에 ‘경축 00경연대회 000장관상 수상’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니 무슨 상이 이리 많지?’하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장관상을 받은 도시가 시민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고 자랑하고 싶어서 붙여놓은 것이겠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상을 받은 도시가 열심히 노력하여 받은 보상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지방정부 대상의 상을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고, 둘째는 많은 경우 심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방행정을 주관하는 정부 부서와 유명 신문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가장 권위가 있다는 ‘지방자치0000상’ 행사에 여러 번 심사위원과 위원장을 한 경험이 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각 부처 장관상 등 수십 가지의 상을 주는 대회다. 하지만 지금은 심사위원으로 해달라는 연락이 와도 고사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상의 선정기준에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위원을 하다 보면 어떻게 알았는지 지방정부의 관계자들이 대학 연구실까지 찾아오거나, 전화가 와서 난처했던 경험이 많다. 심지어는 최종 심사 중임에도 안면 있는 고위공무원들의 전화나 문자가 온 적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학원에서 음악을 배우면 1년에 한두 번은 콩쿠르에 출전을 하고, 그때 거의 모든 참가자가 상을 받는다. 부모님들이 고액의 참가료를 내야함은 물론이다. 심사를 하면서 이 행사가 마치 아이들의 음악 콩쿠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참가 지자체가 장려상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경연대회였다. 유치원생들의 콩쿠르와 다를 바 없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경연대회도 참여 지자체들이 거액의 참가비용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큰 상에 도전하는 지자체는 기본 참가비보다 훨씬 더 많은 참가비용을 내야 한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이를 몰랐는데 몇 년 심사위원을 하면서 알게 되어 놀랐었다. 큰 행사를 치르면 비용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나, 주최 측에서 예산으로 부담을 하면 될 텐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그 참가비 수익을 정부부처가 가져가는 것은 아닐 것이고, 행사를 주관하는 언론사의 수익사업으로 보였다.

시상식도 도심의 정부기관이나 언론사 건물이 아니라 서울 강남 중심가 값비싼 유명 건물에서 했는데, 그래야 상의 권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강남의 큰 건물 사용 비용이 엄청 비싼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경연대회가 정부주관, 언론사주관, 심지어 학회나 각종 민간단체 등 수많은 기관에서 개최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도시행정을 잘하는 자치단체에 그에 상응하는 멋진 상으로 보상을 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이런 시상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처럼 변질되고 있는 면도 있다.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상당기간 동안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각종 준비를 하고, 때로는 심사위원을 찾아다니면서 백방의 노력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수고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많은 부분이 혈세와 행정력의 낭비가 분명히 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이런 저런 여러 경연대회에 참가하느라 쏟아 붓는 노력과 재정적 지출은 지양해야 한다. 이참에 정부는 난립한 경연대회도 줄이고, 엄정한 평가를 통한 시상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각 도시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되어 상의 권위를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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