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변명식 장안대 교수>

양평 3대 전통시장, 상설시장 기능 상실

전통시장 특색 살리는 주역은 ‘시장상인’

변명식 교수는 1997년 전통시장이 쇠퇴를 시작할 때부터 전통시장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20년간 전국 전통시장을 다니며 각종 지원책 및 컨설팅을 해와 시장상인들에게 대부로 불린다.

양평군에서도 지난 2013~2015년 물맑은양평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컨설팅과 2015년 군내 전통시장 발전과 롯데마트 입점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지난 24일 그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시 서초구 (사)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에서 인터뷰를 가졌다.변명식 장안대(프랜차이즈경영학과‧63) 교수는 ‘전통시장계의 대부’로 불린다. 지난 1997년 이후 국내외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빠르게 잠식할 시기부터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 20년 간 각종 정부정책을 제안하고, 현장을 다니며 컨설팅을 해왔다. 그가 전통시장 개혁과 발전을 위해 수행한 연구용역만 200건이 넘는다.

▲한국 전통시장의 역사를 간략히 들려 달라… 한국의 전통시장의 역사는 문헌 기록상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보부상 중심의 오일장이 크게 성행했는데,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역할을 넘어 정보교환과 공론의 장이기도 했다. 특히 일제시대 3‧1운동 대부분이 시장에서 열린 것만 봐도 당시 시장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하던 전통시장들은 1970년에 들어서면서 정체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점포 등의 등장 때문이다. 유통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대형마트와 인터넷의 발달로 점차 쇠퇴의 길을 가게 된다. 특히 홈쇼핑, 인터넷판매 등 무점포의 성장은 전통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유통마케팅을 전공했는데 언제부터 전통시장에 관심을 가졌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님이 시장에서 가게를 하며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어린 시절 기억 대부분이 시장에서 먹고 놀았던 추억이다. 대학교수 임용 후 점차 재래시장이 쇠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시장상인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당시 전통시장 지원정책을 건의했는데 흡족한 수준은 아니라도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전통시장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전통시장 연구용역도 많이 했지만 스타점포 육성으로도 유명한 것 같다…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을 다니며 200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연간 10만㎞를 다녔다. 올해 4월 전통시장에서 스타점포로 컨설팅 한 25개 상가를 소개하는 책을 발간했다. 양평시장에서도 2개 상가가 소개됐다. 각 상가의 입지조건, 시장 분위기, 업종은 다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점주의 의지와 노력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을 제시해도, 이를 점주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시장 컨설팅에서도 상인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다. 문화관광형시장 선정 필수 조건으로 상인대학 개설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변화하는 소비자를 잡으려면 상인이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지난 25일 오후 4시 경 물맑은양평시장의 모습. 이미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양평 3대 전통시장에 대한 연구용역도 발표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양평 3대 전통시장은 전통시장이라 하기 어렵다. 이미 상설시장의 기능을 잃었고, 소비자들이 이곳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 오일장에서 장을 보지만 장을 찾는 사람들도 양평시장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5:5인 반면, 양수리시장과 용문시장은 3:7로 관광객이 더 많다. 인구 3만명이 넘는 양평읍 시장에 반찬가게도 없지 않은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각 시장의 특수성과 연계한 대안을 제시했다. 지원을 통해 아케이드와 주차장 시설 등이 마련됐다면 이제는 각 시장별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찾아내야 한다. 양수리시장은 세미원과 연계한 사업을, 용문시장은 주말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주말장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용문시장의 경우 주말장터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하다. 용문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지역특산물을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양평시장은 다시 롯데마트 입점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양평 인근지역에 대형마트, 아울렛 등이 다수 있고, 최근 하남에는 스타필드가 생겼다. 양평주민 다수가 외부로 나가 장을 본다. 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다.

현 양평시장 상황을 보면 롯데마트 입점으로 입을 타격은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 대부분이 음식점, 주점 등 유흥상가이기 때문이다. 일부 생필품을 파는 상가에 대해서는 롯데마트 측과 상생협력을 통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롯데마트와 상인회가 전통시장 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상생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정책을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변 교수는 용문천년시장 주말장터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열린 주말장터 개장 1주년 및 문화관광형시장 선포식 모습.

▲앞으로의 계획은… 인연을 가졌던 전통시장들의 생존과 활성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지역 소상공인 생존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맞춰질 모양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전 정부에 비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전 정부가 시행한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겠지만 세부 정책은 대부분 바뀔 것이다. 할 일이 더 많아져서 걱정이지만 한편으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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