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어당팔’,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한 사람이 당수 8단이다. 실력 없고 소심함으로 위장하려는 게 아니라, 겉으로는 약해보이지만 내공이 만만치 않은 고수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모욕을 참고 견디면서 힘을 갈고 닦으라고 조언할 때 인용되는 고사성어다. 살아남기 위한 처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양평군은 ‘어수룩’은 맞으나 8단은 아니고, 그저 모욕을 감내만 하려는 것 같다.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양평군민들에게 음악회 초대장을 보냈다. 오는 17일 군민회관에서 개최할 ‘양평군민을 위한 효 음악회’다. 국악 관현악 대중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박범훈이 출연하는데다 국악인 박애리가 사회를 보고 판소리를 하는 무대다. 순수한 음악회 자체로는 매우 수준 높은 공연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박범훈의 양평 음악회 공연 소식이 뜬금없다. 그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시절 대학 통폐합 과정에 관여해 특혜를 지시하는 등 뇌물수수와 사립학교법 위반, 배임 등 6가지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8∼2010년 그는 양평과 밀접한 관계였다. 강상면 송학리 소재 뭇소리 중앙예술원 건립예산 9억4720만원을 대줬고, ‘양평 100년사’ 연구용역·발간사업을 중앙대에 맡기기도 했다. 2011년 8월에는 감사원 지적도 받았다. 감사원은 ‘양평군은 (사)중앙국악예술협회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인 교육연구시설의 창고를 연수원으로 무단 용도변경하여 오수배출시설의 건축연면적이 허용치 800㎡을 초과했음에도 이를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양평군수에게 ‘창고를 무단 용도변경한 자에 대해 건축법 규정에 따라 시정명령 및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서 허용치를 초과하는 오수배출시설이 설치되지 않도록 지도·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송학리 뭇소리 중앙예술원이 재단법인 뭇소리로 넘어간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양평군이 뒤늦게 9억4720만원에 대한 교부 결정 취소와 교부금 환수 결정을 했지만, “재산이 없어 환수가 쉽지 않다”는 게 군청 담당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지난 3월 양평군에 통보한 이훈석 전 세미원 대표이사의 부당사용금액 4억여원의 환수에 대해 “이씨가 돈이 없어 환수할 길이 막막하다”고 한 것과 똑같은 답변이다.

박범훈씨는 양평군민들에게 “예술원과 저에게 보내주시는 따뜻한 격려와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자랑스러운 양평군의 일원으로서 뭇소리 중앙예술원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진정 국악 관현악의 선구자이며 교육자와 연주가로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면, 음악회에 앞서 군으로부터 특혜를 받은데 대해 군민들께 사과를 하는 게 먼저다.

양평군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박범훈에 대한 절대적인 기대치로 그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농락당했다. 10억원에 가까운 국민세금을 그에게서 환수 받을 길도 없어 보인다. 이런 마당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효 음악회’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순진한 건지 뻔뻔스러운 건지 어수룩한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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