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스토랑> 소윤경 지음, 문학동네(2013)

2016년 11월부터 2017년 5월 초까지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3787만 마리에 달하는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고 합니다. 병에 감염되었다고,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우리 인간에게 살해당한 것입니다. 하긴 미리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닮과 돼지와 소들은 15년에서 20년 남짓한 자신의 천수를 다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닭은 길어야 50일 정도, 돼지는 6개월 정도, 소는 30개월 정도를 살면 대다수가 생명을 마감하고, 고기가 되어 우리 인간의 밥상에 오릅니다. 너무 일찍 생명을 앗아가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그나마 그들에게 자유로운 삶을 한 순간도 허락하지 않는 것은 동물들에게 정말 악랄한 처사가 아닐까요?

“접시 위의 음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곤란함이 나를 이 기묘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나 보다. 다만, 사람들의 사치와 욕심이 지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작가의 말로 끝맺는 그림책, <레스토랑 Sal>은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일방적인 폭력을 되돌아보게 해줍니다. 절제된 글과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섬뜩한(?) 재미를 안겨 주는, 수준 높은 그림책입니다.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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