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친환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특강

지난 19일 양서친환경도서관에서 열린 ‘길 위의 인문학’ 특강에서 이동섭 작가가 반 고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문학 강의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과 답변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19일 양서친환경도서관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와 이중섭의 삶을 통해 보는 그림읽기’ 특강 첫 시간, 예술평론가 이동섭 작가는 인문학 강의 서두를 이렇게 꺼냈다.

이 작가는 “작품 감상에 앞서 강사의 설명을 듣는 것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예술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지식이 점령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과 강사의 의견을 구분해서 듣고, 강사의 의견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고급문화를 향유하려거나 이미지 관리, 혹은 지식을 쌓고자 예술을 만나는 한국인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지적하자 특강에 참석한 20여명의 주민들은 귀를 세웠다.

이날 강연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이중섭, 미술관(서울시 용산구 리움미술관) 탐방으로 이어지는 연강의 첫 순서로 반 고흐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오해를 받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 작가는 반 고흐가 유명해진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역사․사회적 상황과 미술 작품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끌어 나갔다.

프랑스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진행되면서 사회가 안정화되자 미술작품이 중산층에게 팔릴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다. 화가들은 상류층을 위한 주문제작 그림이 아니라 팔릴만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 고흐는 팔리지 않은 그림,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일을 계속했다. 이 작가는 반 고흐에게 그림은 ‘예술’이 아니라 영혼을 위로하는 ‘복음’이었다고 해석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그림과 경제적 무능상태가 자본주의 세상과 충돌하는 가치관을 보여줬고, 반 고흐가 서양미술사에서 화가로서 유명해진 진짜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시대 반 고흐가 다시 조명되고, 특히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도 그림보다는 ‘인간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돈을 벌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고민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삶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반 고흐에게 ‘공감’과 ‘동정’을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가는 반 고흐가 사랑받는 또 하나의 요소로 ‘예술가는 가난할수록 고귀한 영혼을 가졌다’는 대중이 좋아하는 허구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건재함을 들었다.

강의를 들은 이춘선(63·양평읍)씨는 “이중섭 화가를 좋아해 인문학 강의를 신청했는데 빈센트 반 고흐까지 듣게 돼 기쁘다”며 “양서면까지 강의를 들으러 왔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너머 삶으로, 인문학 산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이다. 양서친환경도서관은 다음달에는 과학자 이정모의 ‘같이 살자! 공생․멸종․진화로 생각하는 인간의 미래’를, 7월은 아동문화작가 송언의 ‘동화 속 아이들, 동화 밖의 아이들’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접수:양서친환경도서관(☎ 770-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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