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 Ⅱ-영춘 이복재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1420년 동안 예의 양근과 지평을 가르는 경계가 되었던 산줄기는 두 고을이 1908년에 ‘양평’이란 새 이름으로 통합되었으니 통합과 화합의 산줄기가 되었다. 용문산의 주봉은 가섭봉이나 정작 산이름과 같은 용문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는 따로 있다. 가섭봉에서 동쪽으로 1.7㎞거리에 있는 천사봉을 잇는 산줄기의 중간쯤에서 동남쪽방향으로 산줄기 하나가 돌출되어 약 0.8㎞되는 곳에 큰 암봉 하나가 우뚝 섰으니 이 봉우리가 용문봉이다. 용문봉은 우람한 바위산으로 산줄기를 용문산관광지 입구까지 이어져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며 솟아있다.

용문산을 ‘경기의 금강’이라 함은 이 용문봉과 함께 비록 산체가 크지 않고 높이도 636m로 이웃한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용문봉의 오른쪽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조계계곡과 용계계곡을 나누며 기암괴석으로 단장한 용조봉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용문산 최고봉인 가섭봉에서는 산줄기가 세 갈래로 분기하는데 한강기맥은 북서쪽으로 분기하고 한강백운단맥은 남서쪽으로 분기하며 또 하나의 산줄기는 동남쪽으로 분기하여 용문산관광지 입구까지 이어진다. 용문봉과 이 산줄기 사이에 형성된 계곡이 용문사와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사계곡이다.

용문봉의 높이는 941m로 한강기맥상에서 동남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통합의 산줄기에 해당 한다. 산 이름이 말해주듯 용문봉은 용문산을 대표하는 산 중의 하나이다. 이 산은 용문산관광지로 내려벋은 줄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웅장하고 거친 바위들로 이뤄졌다.

산행은 주로 용문산관광지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코스는 용문사주차장~용문산전투전적비 앞으로 입산~537.5m 헬기장봉우리(‘용문산4km이정표’ 있음)~암봉 전망대1~암봉 전망대2~암봉 전망대3~암봉 전망대4~암봉 전망대5~용문봉(947m)정상~전망 좋은 바위까지 올라야 하는데 2~3시간이 소요된다.

537.5m의 헬기장까지는 경사가 심하긴 하지만 등로가 분명한 흙길이어서 크게 어려운 구간이 아니다. 헬기장까지의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이다. 헬기장을 지나면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크고 많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거친 암릉을 이루고 있어 길이 끊겨 등로를 찾아 헤매는 것은 보통이고 바위모서리와 나무줄기나 가지, 심지어 나무뿌리까지 잡거나 밟으며 오르내리기를 수십 번 거듭하면서 올라야만 한다. 이 구간을 등반하던 등산객이 실족하여 수 십 미터 아래로 추락해 119구조대에 구조되는 일이 가끔 일어나는 위험지대의 연속이다.

계속 이어지는 거친 암릉,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의 용트림과 늘 푸름, 그리고 고고함에다 수백 년을 살다가 죽어서까지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고사목도 이 산을 지키는 주인들이다. 주인들이 만든 비경에 산객은 문뜩 신선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몸은 어느새 오갈 데 없는 사면초가의 바위모서리 어느 곳에 와 고립되어 이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등로를 찾기 위해 사방을 휘둘러보면서 비로소 거친 암릉을 따라 꽤나 높이 올라와 있는 자신과 멋진 전망을 발견하게 된다. 등산을 시작한 용문사주차장은 물론 중원산·용조봉·신점리·추읍산·백운봉 등 원근이 그림처럼 내다보이고 용문산 정상부도 올려다 보인다.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보이는 용조봉의 날카로운 등뼈가 이어지며 만들어 내는 기이한 경치는 말 그대로 황홀경이다.

천신만고 끝에 한 고비를 넘어 한 바위 봉에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앞을 막아서기를 네다섯 번 반복해야만 할 정도로 용문봉은 산객에게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용문봉 능선상의 바위들은 웅장하고 거칠며 색깔도 흰 편으로 소나무와 고사목들이 이 바위들과 함께 어우러진 멋진 풍경들이 어렵사리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전망대가 되어준다.

2시간 남짓의 고행은 수십 길이나 되는 큰 바위가 앞을 막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며 제2의 고행을 예고한다. 오던 길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선택의 여지없이 왼쪽 아래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야 길은 다시 용문봉을 향하여 위쪽으로 꺾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모서리를 잡고 오른 바위절벽위로 올려다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는 원줄기는 잘려나가고 멀리 추읍산 방향으로 밑가지 두 개가 벋어나가 자라면서 멋진 현애(懸崖)를 이뤘다. 이 소나무가 뿌리를 내린 바위덩어리가 용문봉 산줄기 중 제일 높은 전망대봉이다. 이 높고 험한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막다른 골목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우회했던 것이다. 이 미로는 용문봉을 오르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마지막 고행의 코스이지만 지금까지 오르면서 보아온 모든 전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전망대 역할을 하며 가슴 벅찬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용문봉정상에는 표지석 등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용문봉 등산로는 위험구간으로 비공식 등산로이다. 용문산의 주봉인 가섭봉이 손에 잡힐 듯 올려다 보이는 것 외엔 정상에서의 전망은 크게 기대할 것 없음이 용문봉의 흠이라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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