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Ⅱ-영춘 이복재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신라시대에 양근과 지현이라는 읍호로 각각 출발한 두 고을 양근군과 지평군을 통합하여 양평군이 된 때는 구한말인 1908년이었다. 그러나 두 고을은 이미 1658년(효종 9)부터 10년간은 지평으로, 1685년(숙종 11)부터 3년간은 양근으로 두 번 13년간에 걸쳐 통합되었던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 산줄기〔山脈〕를 족보형식으로 정리하여 집대성한 책이 『산경표(山經表)』이다. 이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원리에 따라 이뤄진 우리나라의 전통적 산맥개념이다. 산자분수령이란 산 스스로가 물을 나누는 고개, 즉 산이 곧 분수령이라는 뜻이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원리이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申景濬:1712~81)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산경표가 신경준의 저술인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의 「여지고(輿地考)」와 「산수고(山水考)」를 바탕으로 하여 편찬된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산경표는 우리나라 동해안,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大幹)과 정간(正幹)으로 나눴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낭림산ㆍ금강산ㆍ설악산ㆍ오대산ㆍ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산ㆍ월악산ㆍ속리산ㆍ덕유산을 거처 지리산에 이르는 한국의 큰 산줄기를 한 개의 대간이라 했는데 백두산이 머리 산 이어서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했으니 한반도의 뼈대가 되고 국토를 상징하는 산줄기이다. 또한 백두산에서 동북방향으로 뻗은 줄기를 한 개의 정간으로 하여 이를 장백정간(長白正幹)이라 했다.

또한,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물을 나누는 산맥을 정맥(正脈)이라 하고, 13정맥으로 나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개 정맥으로 이루어 졌다고 정리했다. 이러한 산경개념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최근 들어 강을 경계 짓는 13정맥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정맥에 버금가는 산줄기로서 강을 가르는 분수령을 기맥(技脈)이라 하는가 하면, 강의 지류를 가르는 산줄기로 지맥(支脈)도 있다. 그밖에도 분기한 크기 등에 따라 분맥(分脈)ㆍ단맥(短脈)ㆍ여맥(餘脈)이라는 이름을 붙여 구분함으로써 산경표의 본의(本義)를 훼손하지 않고 세분화해 쓰고 있다.

기맥 중 하나인 한강기맥(漢江岐脈)은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쳐 양평의 두물머리에 여맥이 가라앉는 약167㎞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한강기맥은 강원도의 오대산 두로봉·상왕봉·비로봉·효령봉·뽀지게봉·계방산·보래봉·청량봉·삼계봉·덕고산·운무산·수리봉·대학산·덕구산·응곡산·만대산·오음산을 이어오다 양평군과 홍천군, 횡성군의 경계가 되는 금물산으로 이어진다. 이 산줄기는 금물산에서 서쪽으로 시루봉·갈기산·신당고개·통골고개로 이어지며 강원도 홍천군과 경계를 이루며 서진하다가 통골고개에서 강원도와 이별하여 송이재봉·싸리봉·단월산·천사봉·용문산(가섭봉)·소구니산·농다치고개·옥산·말머리봉·청계산으로 이어져 두물머리에 그 여맥이 가라앉아 양평산줄기의 뼈대를 이룬다.

한강기맥은 양강(楊江, 양평을 흐르는 남한강의 애칭) 건너 강상면과 강하면을 제외한 양평 10개 읍면 산줄기의 근골(筋骨)이 된다. 청운면의 북부와 단월·용문·옥천·양평·양서 등 읍면들이 이 산줄기의 좌우 맥내(脈內)에 위치하고 서종면이 맥미(脈尾)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한강기맥상에 있는 금물산에서 분기하여 남쪽에 성지봉을 추켜세우고는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도 있다. 이 산줄기는 도덕고개·저두산(도토머리봉)·몰운고개·비룡산·턱걸이고개·삼각산·구둔치·서화고개를 지나 여주시 강천면 남한강에 가라앉는 도상거리 약 52㎞의 산줄기로 성지지맥(聖地支脈)이다. 성지지맥의 삼각산(539m)을 지나 남쪽으로 약2㎞ 떨어진 성지지맥상의 분기봉(分岐峰, 산줄기가 갈라지는 봉우리)에서 서쪽 방향으로 묵방산(墨方山, 본래 묵방산인데 지금은 수리봉으로 잘못 부르고 있다)ㆍ매봉산·배미산·칠보산·추읍산(지도상에는 주읍산으로 잘못 기록되어 쓰이고 있다)·개군산을 거쳐 흑천의 우측으로 떨어지는 약 28.5㎞의 산줄기가 추읍분맥(趨揖分脈;주읍분맥이라 쓰고 있지만 잘못된 쓰임이다)이다. 청운·양동·지평·개군면이 성지지맥과 추읍분맥의 자락 안에 위치한다. 이렇듯 양평군의 10개 읍면은 한강기맥과 한강기맥에서 분기한 성지지맥, 성지지맥에서 분기한 추읍분맥의 품안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양강 건너 양자산에서 백병산에 이르는 산줄기는 한남정맥에서 분기한 앵자지맥에서 다시 분기하여 북쪽으로 이어지는데 이 맥의 동쪽에 강상면이 서쪽에 강하면이 위치하고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양평군의 12개 읍면이 백두대간의 서쪽인 북한강과 남한강을 에워싸는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기맥은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사이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분기하여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한강기맥의 북쪽인 강원도 금강군 옥발봉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금강산의 비로봉 부근에서 발원하는 금강천 등과 합류하여 남쪽으로 흘러 소양강, 홍천강을 합해 청평호를 지나 양평에서의 유하거리는 14.07㎞로 벽계천 등의 지천을 합해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한강의 대지류로 길이는 317.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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