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쪽 보고서 공개… 의원들 작성 분량은 10쪽 그쳐
‘관광·여행’ 표현 다수… “이런 세금낭비 용납 못해”

주민 혈세 4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달 1~11일 8박11일간 발칸반도 7개국 해외연수를 다녀온 양평군의회가 조잡하기 그지없는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심지어 이 보고서에는 ‘이번 여행’, ‘유럽 관광’ 등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수준이하를 넘어 주민을 우롱한다는 비난을 자처했다.

양평군의원 및 집행부 공무원 16명은 지난달 1~11일 군비 4000만원을 지원받아 발칸반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사진은 연수보고서에 실린 그리스 국회의사당 방문 후 기념촬영한 연수단의 모습이다.

군의회는 지난해 10월 미국여행에 이어 지난 3월에는 발칸반도 7개국 여행을 다녀왔다. 군의원 7명 전원과 의회사무과 직원 7명, 집행부 2명 등 16명이 1인당 250만원씩 총 4000만원의 군비를 지원받았다. ‘양평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제10조에 따르면 군의회는 공무국외여행을 마친 뒤 20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자료실에 소장·비치하고 홈페이지(www.ypcconcil.net)에 게시해야 한다. 군의회는 이 보고서를 마감시일인 지난달 31일 게시했다.

총 32쪽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앞 4쪽까지는 연수개요, 5~14쪽은 군의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취합했고, 15~32쪽은 연수에 참가한 의회사무과 직원 및 집행부의 개별 보고서와 연수활동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군의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방문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양평군에 적용할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대표 관광지인 아폴론신전과 아크로폴리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사진을 싣고, 양평군에 적용할 사례를 적는 식이다. 이를 그대로 옮기면 ‘우리군도 현재 각종 아파트 및 개인 주택들을 많이 짓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 건축허가 시 건축 설계에서부터 건물 안전성 검사 의무화 제도를 마련하여 지진 및 각종 사고 등에 사전 대비 할 수 있는 제도 발굴 필요’라고 적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아폴론신전과 아크로폴리스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세계인들이 찾는 것은 건물의 안전성 때문이 아니라 고대인들의 남긴 건축양식을 심미하고 당시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기 위함인데, 보고서는 다소 엉뚱한 주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식의 방문지에 대한 보고는 모두 9건인데, 이 중 양평군에 적용할만한 구체적인 정책제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제안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그리스 경제와 관광산업에서는 저렴한 물가대책을 강구하고, 남·북한강, 용문산, 세미원, 두물머리, 의병 및 전쟁 기념관 등 지역유산을 활용하는 관광정책 필요하다고 했다. 발칸반도 국가의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는 군 공중화장실에 수동식 수도꼭지와 뽑아 쓰는 휴지 사용이 필요하다는 제안 등이다.

공무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한 공무원은 보고서에 ‘유럽의 관광은 처음이다’라고 적었는가 하면 한 의회사무과 직원은 ‘이번 여행은 내 인생에 부여된 큰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주민 혈세를 지원받아 간 해외공무연수를 여행이나 관광으로 생각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에게 공개되는 보고서에 이러한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점에서 주민을 우롱하다는 비난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군의원들 해외관광에 왜 주민 혈세를 맘대로 사용하나, 법으로 해외여행을 못하게 하든, 의원 한 사람 당 100페이지 이상 보고서를 쓰게 하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양심이 있다면 이번 여행을 다녀온 군의원과 공무원들은 지원받은 세금을 다시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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