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양평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시찰이 관광외유성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귀국보고서도 형식적이어서 근본적인 개선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의원 뒷수발과 연수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공무원 동반 관행’도 십 수년째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군의원들의 혈세를 이용한 외유 고질병은 해마다 도지는 연례행사가 됐다. 군의원 7명과 이들을 수행할 의회사무과 직원 7명, 집행부 5·6급 공무원 2명 등 16명이 4000만원의 군비를 지원받아 다녀온 곳은 동유럽·발칸반도 7개국이다.

동유럽과 발칸은 최근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면서 여행객들에게 가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군의원들이 귀국보고서에 밝힌 이번 연수목적은 ‘선진국의 의회운영 및 우수정책에 대한 벤치마킹으로 의정활동에 필요한 견문과 양평군의 미래상 구현’이다. 이들이 어떤 곳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했는지 살펴보자. ‘꽃보다 누나’ 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두브로브니크와,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로 잘 알려진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의 관광명소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한곳으로 빙하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호수 블레드 호로 유명하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는 피오르 형태의 만에 펼쳐진 이름난 휴양도시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슬람풍의 중세도시로, 역시 유명관광지다.

군의원들이 “선진지역 탐방으로 의회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한 곳들은 하나같이 이름난 관광명소 일색이다. 여행사들이 최근 홈쇼핑과 손잡고 유럽여행 기획상품으로 내놓는 코스들이다. 아무리 뵈도 해외연수 계획서에 밝힌 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프리미엄급 동유럽여행 관광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0쪽 분량의 귀국보고서에는 그리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을 첨부하고는 의미 없는 ‘그리스 의회 운영’의 특징을 800자나 적었다. 재선의 한 군의원은 여행 중 관광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모범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과천시의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낭비성으로 지적돼온 해외연수 계획서를 미리 공개하고 다녀온 뒤 연수보고서를 공개해 시민들의 검증을 받는다. 지방의회의 불투명한 예산집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영수증까지 공개해 인터넷상에 올린다. 청주시의회는 3년 전 해외연수에서 내실 있는 프로그램 소화와 경비절감을 위해 배낭여행을 선택하고, 이동수단은 차량을 빌려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민박을 하고 아침과 저녁은 직접 요리해 먹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수일정도 현지 사정에 밝은 교수에게 조언을 받아 자신들이 직접 일정을 짰다.

양평군의회는 국외연수활동이 해외나들이가 아니라면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당당한 연수에 나서길 촉구한다. 해외연수계획을 사전에 홈페이지에 공개해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틀에 박힌 형식적인 귀국보고서도 개선해야 한다. 논문형식의 개별 귀국보고서를 제출하는 양평군의원이 단 1명이라도 나오길 바란다. 역대 최악의 7대 양평군의회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혈세를 낭비하는 해외연수는 주민소환 등을 통해 지원예산을 즉각 환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