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5

 

미인도 화장을 한다. 소박한 미인도 자연스러운 화장에 힘입어 더욱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공공미술로서의 벽화가 마을과 거리에 접목되면 그 마을이나 거리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벽화가 그 마을과 거리의 역사, 풍경, 정서와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성형이 아니라 아름다운 색조화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산도는 완도에서 배로 약 한 시간가량 들어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슬로시티 섬이다. 슬로시티(Slow City)란 ‘빠름과 경쟁’보다 전통, 문화, 자연 등의 가치를 지키며 ‘여유와 조화’를 지향하는 ‘느리지만 멋진 삶’이 살아 있는 마을을 말한다.

슬로시티의 정신을 존중하여 완도여객선터미널에 차를 놓고 페리선을 탔다. 간혹 여행길에서 작고 우연적인 요소 하나가 여행길의 분위기를 크게 다르게 만들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섬을 찾아가는 여행길에서는 뱃전의 외부공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흔히 쾌속선이라 불리는 여객선들은 아예 바깥 뱃전으로의 출입 자체를 금한다. 그럴 경우에는 온전히 객실의 의자에 앉아 제대로 바다를 즐기지 못한 채 갇혀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뱃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때, 그것도 별로 승객이 많지 않아 2층의 넓은 외부공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때의 배 여행은 매력적이다. 적당히 출렁이는 뱃전의 기다란 의자에 길게 누워 가늘게 뜬 눈으로 먼 바다와 섬, 그리고 하늘을 번갈아 느끼면 말 그대로 꿈길 같다.

청산도 돌담벼락의 소박한 꽃벽화
청산도. 살아있는 담쟁이덩굴에 꽃과 이파리만 더한 벽화

마침 운 좋게 꿈길을 느낄 수 있었던 뱃전에서 내려 처음 맞은 청산도는 슬로시티답게 평화로웠다. 항구를 벗어나 오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편제 마을 골목으로 들어서서 예상치 않게 처음 만난 것이 함초롬한 작은 꽃 벽화였다. 집을 짓던 중 땅에서 파낸 듯 돌들로 쌓은 소박한 돌담, 그 돌담의 돌 하나하나를 이용하여 작고 예쁜 노란 꽃을 그려 놓았다. 투박한 돌들과 바로 밑의 살아있는 풀들과 어울려 그 꽃 벽화는 내가 본 마을 담벼락 벽화 중 가장 아름다웠다. 오랫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래도 떠나기 아쉬울 정도로 그 꽃 벽화는 가슴에 새겨졌다.

청산도의 벽화는 그 외에도 소박한 풍경을 담은 것이 많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주변에 정서를 맞추었던 것 같다. 실제로 담쟁이가 살아있는 벽에 이파리와 꽃만 조금 더한 벽화도 보였다. 아는 것을 뽐내지 않으며, 솜씨를 절제하고, 자신을 낮추는 이가 드문 세상에 몇 개의 벽화가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요코하마 지하철 통로의 타일벽화

물론 소박한 것만이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다. 도쿄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요코하마(横浜)에서 만난 지하철 통로의 벽화는 도자기를 구워서 만든 대형 타일벽화로써 정말 수준 높고 아름다웠다. 일본 개항기의 대표적인 항구로 이국적인 도시인데다가 일본의 창조문화도시로 유명한 요코하마다웠다. 도자기의 질감에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구성한 벽화는 하나의 수준 높은 예술작품이었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정의는 명확히 정해져 있진 않다. 그러나 최선의 사고와 노력과 깊은 성의를 다하여 만든 것은 틀림없이 아름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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