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규 변호사가 들려주는 ‘민주시민과 헌법’ 이야기>

탄핵이 불러낸 헌법… ‘헌법 아는 민주시민 되자’
양평군내 첫 헌법 강연에 쏠린 군민들의 눈과 귀

 

서울 노원구는 지난해부터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만들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2017년 직원 헌법·인권 필수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직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구민의 기본권을 정확하고 바르게 숙지해 실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에 많은 시민들이 헌법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 ‘헌법 스터디’를 꾸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동영상 강의로 헌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양평읍사무소 회의실에서는 ‘성종규 변호사와 함께하는 민주시민과 헌법’이라는 강의가 열렸다. 양평시민의소리와 양평시민포럼이 주관한 이날 강의에는 초·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주부부터 중년 직장인까지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 시민 100여명이 몰렸다.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이 지난 3일 양평읍사무소 회의실에서 진행한 ‘민주시민과 헌법’ 강의에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강의가 끝나자 “헌법 강연을 했으니 다음에는 조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어 달라”, “헌법정신과 마을만들기는 어떻게 결합할 수 있겠느냐” 등 시국과 관련한 질문 외에도 헌법에서 파생된 법률과 조례는 물론 마을공동체 복원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성종규(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 변호사는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 때문”이라며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 느리더라도 함께 가자는 정신, 이는 곧 각 주민의 민주주의가 약진하는 결과”라고 했다.

성 변호사가 내린 이번 강의의 결론은 ‘헌법을 알아야 나의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시민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민주주의, 헌법, 헌법재판 등 네 요소를 강의 키워드로 뽑았다. 시민들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가 아닌 이상 싫든 좋든 국가의 일원으로 살아야 한다. 국가는 통치와 피통치 관계의 거대한 통합시스템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속성은 물질의 지배가 아닌 의사(意思)를 지배함으로써 관철된다.

그는 여기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등장시켰다. 그는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인간의 역사)는 곧 자유의 확대의 역사”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 바로 ‘의사의 자유’다. 단, 수직구조의 통치-피통치 시스템에서 자유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통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좌(左)도 우(右)도 함께 존재하는 사회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톨레랑스(Tolerance·관용) 정신의 상징적 인물인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고 한 말이다. 성 변호사는 “자신의 의견을 가지되 반대를 인정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논쟁과 토론”이라며 “머리가 자유로우면 사고(思考)가 훨씬 자유로워지고 좀 더 진리에 다가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이들 중에는 손바닥 헌법책을 보면서 무언가를 수첩에 메모하는가 하면 노트북을 가져와 강의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업공무원제도’가 헌법의 구성 중 앞머리인 총강(제7조)에 나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한 국민주권 원리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즉, 공무원은 (정권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그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성 변호사는 직업공무원제를 “국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매개체이자 대의제에서 시스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국가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 등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은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자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공직(公職)’”이라며 “집단지성이 옳지 않다고 한다면 리더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의는 헌법 조항의 세부적 해석이 아닌 그 의의와 구성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 점에서 성 변호사는 국민이 헌법을 알아야 하는 중요성을 새삼 언급했다. 바로 헌법정신이다. 그는 “시민들은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헌재의 탄핵심판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의 생생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언제나 양평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안의 민주주의를 찾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원구 ‘구민권리 지키기’ 캠페인
“헌법대로 삽시다”

 

‘노원구 주민은 구민!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 금수저? 흙수저? 구분? NO WON!’ 서울 노원구의 거리를 지나다보면 마주치는 현수막 글귀다. 헌법 조항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2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11조2항) 등이다.

공영게시대에 걸린 이 현수막들은 노원구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만들기’ 캠페인의 일부다. 구민들이 헌법의 기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구청장실을 방문한 학생들과 손바닥 헌법책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노원구청 감사담당관)

노원구는 지난 1월2일 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정유년 새해맞이 시무식의 주제도 헌법으로 정했다. 또 구민의 권리보장과 증진을 위해 올해부터 헌법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했다. 지난달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무원이 알아야 할 헌법과 인권’을 주제로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이 강연했다.

양평으로 치면 이장과 주민자치위원회 등 직능단체 위원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헌법 교육’도 한다. 연간 37차례 열릴 예정인 이 헌법교육에는 4100여명의 위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헌법교육도 계획돼 있다.

노원구의 ‘헌법 사랑’이 각별한 까닭은 국가를 다스리는 기본 틀인 헌법을 제대로 알아야 민주주의도 행정서비스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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