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학교 교사

지구는 약 7억5000만 년 전에서 약 5억7000만 년 전까지 네 번이나 지구 전체가 냉각되는 눈덩이지구에 놓이게 된다. 원시지구의 기혹한 환경에서 탄생한 생명들은 눈덩이지구 동안 단세포 형태로 생명을 유지하여 왔으나 약 6억3000만 년 전 세 번째 눈덩이지구를 겪고 난 이 후부터 다양한 다세포 동물들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다세포 동물들이 무리를 이룬 화석은 호주, 영국,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30개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들을 호주 남부의 화석 산출지명을 붙여 에디아카라 동물군(Ediacaran fauna)이라 한다. 대부분 껍질이 없는 부드럽고 납작한 몸체로 크기는 밀리미터에서 크게는 1미터 정도로 다양하다. 해저 바닥에 붙어있거나 납작한 형태로 기어 다니며 미생물이나 광물을 흡수하고 살았다. 포식성 종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먹이경쟁이 없는 평온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덮친 모래나 진흙에 파묻혀 화석으로 남았다. 화석에는 퇴적물 속에 몸체가 부패되면서 몸 표면의 형태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자포동물, 환형동물. 극피동물, 절지동물, 해면동물 등으로 분류되지만 현생동물과의 연관성은 분명치 않다. 몸의 내부를 비교할 수 있는 세부적인 구조가 화석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지구는 결빙 이 후 바다 속 온도도 올라가고 남세균의 광합성 결과 산소농도도 10% 가까이 높아졌다. 따라서 해빙 이 후 해저로 흘러 퇴적된 풍부한 광물과 증가된 산소는 다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호흡으로 만든 에너지를 다세포의 몸 전체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몸을 크고 다양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었다. 유기물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 몸의 표면적을 넓히는 납작한 형태의 몸을 선택했다.

에디아카라동물군 ⓒ Ryan Somma

에디아카라동물군은 천적도 없이 대체적으로 조용한 생태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바다 밑바닥을 휘 저어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동물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중국에서는 약 5억8000만 년 전 형성된 남부광산에서 동물의 배아로 추정되는 화석이 산출되었는데 X선 단층 촬영을 통해 입, 항문, 이빨 등 벌레와 유사한 형태가 확인하였다. 포식자가 등장하고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한 것이다.

말랑말랑 했던 에디아카라동물들은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약 5억4000만 년 전 고생대가 시작되기 전에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화석기록에서 사라진다. 생명은 평온한 협력 체제를 유지했던 생태계에서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에 놓이게 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살아남아 진화를 주도했다면 지구의 생명들은 영원히 해저의 바닥에 엎드린 채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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