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8)

정도훈 한국역량개발원장

지금까지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요소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마을발전의 단계론적 접근을 언급했습니다. 마을은 가장 먼저 생활공동체로서의 기반을 형성해야 하고, 두 번째로 학습공동체로서 마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세 번째 단계로 두 가지의 기초위에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에는 마지막 단계인 나눔 공동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꿈꿉니다. 하지만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도 연재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 더불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때는 바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때인 것도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존재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나로 인해 다른 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을 때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한평생 아낌없이 희생하면서도 행복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너와 내가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가 모인 곳이 마을입니다. 행복한 마을이 되는 것은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많을 때입니다. 따라서 마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행복한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한 일은 무엇일까요? 먼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인생의 수단에 목 메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경제적 부의 크기가 인생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이 진리인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배고픈 과거의 기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최상위에 놓고 우리네 인생의 폭을 스스로 좁혀왔던 것입니다. 밥벌이를 위해서는 이웃과의 관계는 단절해도 좋고, 편의를 위해 이웃의 불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정작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는 중요한 일조차 게을리 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현들이 말씀하신 수많은 인생의 진리들은 매우 단순합니다. 기본적인 가치를 중시하라는 것이지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의 행복을 중시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웃가족의 행복도 중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위할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것을 저는 나눔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나눔은 나의 욕심을 덜어내고 상대방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나눔이 충만한 민족이었습니다. 품앗이나 상조계 등이 모두 그러한 마음의 반증입니다. 나눔의 민족성을 마을에서 되살리는 것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실천하는 나눔은 내적인 나눔과 외부로의 나눔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적인 나눔은 마을 주민간의 나눔입니다. 마을에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서로 돕고자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며, 이웃 간에 경사와 애사를 나누고자 하는 것도 바로 내적인 나눔입니다. 더불어 일상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도 나눔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적인 나눔이 충만한 마을은 마을의 문화가 건강한 방향으로 육성됩니다.

외적인 나눔은 마을 외부에 있는 대상과의 나눔입니다. 언젠가 마을 지도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은 주민들의 협조 속에 마을 사업을 잘해서 마을 기금을 2억원 넘게 모았습니다. 하지만 돈이 모일수록 주민간의 관계는 예전보다 못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드렸습니다. 돈이 모일수록 주민간의 관계에서 말이 많아지는 것은 모은 돈의 사용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마을 돈의 존재이유를 결정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따라서 공동의 목표를 나눔으로 설정하실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민들을 모시고 마을 내부나 외부의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를 하시고, 이를 통해 나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입니다. 나아가 기회가 되면 주민들이 개발도상국을 방문해 마을의 이름으로 우물을 파주는 행사까지 고려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모두가 나눔을 실천하는 것들입니다.

나눔은 사람이 한없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마을발전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냐고. 저는 주저 없이 마을 발전의 최종 목적지는 나눔을 실천하는 마을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양평군의 모든 마을이 나눔을 실천하는 마을이 될 때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돼있을 것이며, 누구나 진정으로 살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환경이 좋아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사람이 좋아 살고 싶은 그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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