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나무마다 꽃을 가득 피워주는 가을을 빼앗긴 어느 날, 양평군에서 코로나19 상황에도 꾸준히 책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양평풀뿌리협동조합의 독서동아리 ‘책걸음’을 인터뷰했다.‘책걸음’은 최근엔 줌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날만은 특별히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대면 모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정영수님이 들려주는 ‘책걸음’ 5년 6개월의 역사를 듣는 동안 이 모임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시간이 안 맞아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했음이 아쉽게 느껴졌다. 같이 했었더라면 저 책들을 다 읽었을텐
양평시민의소리와 두머리부엌이 함께 하는 작물 이야기: 10월 벼논이 남아있는 동네는 익어가는 벼 덕분에 가을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풍요로운 계절의 기운이 만연하지만, 추수 직전의 벼가 쓰러지진 않을까 끝까지 날씨를 걱정하기도 한다. 공동으로 논농사를 시작한 뒷골밭 작목반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뒷골밭 작목반’은 양서면 부용리에서 공동으로 논농사를 하는 작목반이다. ‘뒷골’이라는 지명을 그대로 가져와 작목반 이름에 붙였다. 총 네 명이 노지를 공유하며 각자 밭농사를 짓고 몇 가지 공동농사를 함께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논농사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지만, 낮에는 볕이 제법 뜨겁다. 이런 볕 아래에서 곡식이 익어간다고 한다. 주황빛이 도는 노란 메리골드는 가을볕을 닮았다. 싱싱한 꽃을 따서 말린 후 차로 덖으면 아주 노란 물이 우러난다. 손과 입안에 계절을 잠깐 머금을 수 있는 셈이다. 두머리부엌에 메리골드 꽃차와 오일을 납품하시는 최창숙 님을 찾아갔다.최창숙 생산자는 양평군 서종면에서 살며 집 둘레의 정원에서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가꾼다. 10년 전부터 꽃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40가지가 넘는 효소 발효액을 직접 실험하며 만들어왔다. 그는 빛을 이용해
독서동아리탐방-'주제가 있는 책읽기'가장 덥다는 기록을 경신하던 여름도 살짝 한풀 꺾여 가끔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주는 지난 17일 저녁, 조용하고 아늑한 주택가 골목에서 양서다목적복지회관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양서면 풀씨배움터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도서관 독서동아리 취재차였다. 이곳 교사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독서모임을 진행한다.6명의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고, 자신의 차례가 돼 가져온 책을 소개할 땐 두 눈이 더욱 반짝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평시민의소리와 두머리부엌이 함께 하는 작물이야기: 8월 고추빨간 고추를 널어 말리는 시기가 찾아왔다. 비가 오면 널어놓은 고추를 걷어서 옮기고 해가 나면 다시 펼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풋고추는 한여름에 입맛 없을 때도 한 입씩은 베어 먹게 되고 고춧잎으로 나물 반찬을 해도 맛이 좋다. 유기재배 고추를 키우는 박정국 농부를 찾아갔다.박 농부는 양서면 부용리에서 농사를 짓는다. 고추와 파를 주로 재배하며 농사의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키워서 스스로 지치지 않는 소농을 지향한다. 카톨릭 농부학교를 통해 농사를 시작하게 됐고 현재
당밀, 유익균 넣어 발효한 생선액비 사용인큐베이터 안 씌우고 자연스럽게 키워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넝쿨 작물들은 끝없이 손을 뻗으며 자란다. 애호박은 여름부터 가을 끝 무렵까지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작물이다. 특유의 달큰한 맛으로 국에도 들어가고 반찬으로도 만들기 좋다. 두머리부엌에 애호박을 내는 김병인 농부를 찾아갔다.김병인 농부는 양서면 부용리에서 토마토와 애호박을 재배한다.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 업무 특성상 맞닥뜨리게 되는 유해 물질에 염증을 느끼던 차 생명살림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볼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2
억울했다. 갑작스런 뜨거운 열기에 겨우 익숙해질 무렵 난데없이 쇠막대기로 내 머리를 두들겨 맞았다. 그것도 연거푸 두 대를. 반사적으로 머리를 만져보니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아릿거리는 정신을 겨우 추스르자 짜증 섞인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또 생쌀이야?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가끔씩 당하는 젓가락 폭력이 오늘 아침에 또 일어났다. 잘못은 밥솥이 했거나 물 조절을 못한 이 집 안주인이 하지 않았는가. 얼마 전에는 밥이 질어 떡이 되었다고 때리더니 분하고 억울하다. 오늘도 투덜거리며 설거지를 할 때 함부로 휘둘릴 생각을 하면 벌써
여름이 온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얇은 이불을 꺼내고 자신도 모르게 덥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잘 익은 토마토를 먹을 때는 어떤가. 입안에서 토마토 특유의 향이 퍼지면 여름이구나 하게 된다. 지난 9일 두머리부엌에 토마토를 내시는 초필당의 김진숙, 이세훈 부부를 찾았다.부부는 양서면 양수리에서 발효농법으로 토마토를 재배한다. ‘초록이 필요한 당신’의 준말인 초필당 농장에서는 토마토를 비롯해 각종 허브류와 다육식물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 먹거리에 관한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삼천 원짜리 고추 끈 하나 사달라고 말하는데도 사흘은 제 주위를 머뭇거리다 목젖까지 올라온 말을 제자리로 밀어 넣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제 무게에 겨워 넘어지려는 고추를 보고서야 당신은 선생님 앞에 선 초등학생처럼 두 손을 모으고 지평(면 소재지) 갈 일 없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러면 저도 면구함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당신의 시선을 피해 전기세 내는 것을 깜박 잊었다는 말을 과장해서 외치며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고 당신은 제게 3천원이 든 편지봉투를 건넸습니다.차를 두고 굳이 오토바이에 오를 때마다 저는 오토바이는 기름 냄새만 맡
버섯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버섯의 식감과 특유의 향이 주는 풍미를 잘 알 것이다. 버섯은 식탁에서 접하기 쉬운 식재료가 됐지만 어떤 과정으로 키울까? 지난 12일 두머리부엌에 무농약 참나무 톱밥 배지에서 키운 표고버섯을 납품하시는 돌담농장의 정용자 농부를 찾아갔다.정용자 농부는 개군면 석장리에서 무농약 표고버섯을 재배한다. 부부가 꾸려가는 돌담농장은 50평형 표고 생육실 세 동과 버섯 균을 키우는 30평형 배양실이 하나 있다. 어쩌다 농부가 됐다고 말씀하시지만 버섯농장은 온전히 정용자 농부의 손길 안에서 돌아간다. 돌담 농장은
채소는 반찬으로 먹을 뿐 아니라 차로도 마실 수 있다. 음식으로 먹을 때와는 다른 예상 밖의 맛과 향을 선사하기도 하고 진정 작용이나 통증 완화 등 기능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두머리부엌에 말린 채소차를 납품하는 김현숙 농부를 찾아가 허브와 채소 이야기를 들었다.■농사꾼 모녀 한봉금, 김현숙 농부양서면 부용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농사짓는 김현숙 농부. 농장의 이름은 ‘봉금의 뜰’이다. 모녀가 힘을 모아 농사일을 하지만 마지막 갈무리와 씨앗을 받는 일들이 어머니의 손에서 꼼꼼하게 완성된다. 덕분에 이듬해에도 농사를 이어갈 수 있어
까치발을 하고서 꽃을 딴다.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여러 날 뜸을 들이더니 더는 못 참겠는지 꽃잎을 열기 시작했다. 가시 사이로 매화 향이 은근하다. 다닥다닥 많이도 달린 꽃 중에서 반쯤 벌어진 것들로만 골라 따는데 꽃잎이 상하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인다. 갓 피어나는 꽃을 따내는 일이 아주 조금은 미안쩍어서 가만히 나무를 보듬는데 바람은 은근슬쩍 등을 다독이고, 먼저 핀 산수유도 배시시 노란 웃음을 날려준다.가뭄에 단비 소식이 있더니 흐려진 하늘 탓인가 매화는 유난히 흰빛을 더하고 사위는 한없이 고요하다. 아껴두었던 찻그릇 일습을
정이삭 감독의 어린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가장인 제이콥(스티븐 연), 엄마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조) 그리고 아들인 데이빗(앨런김)으로 구성된 이 가족은 한국 농작물 사업을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의 작은 농장으로 이주해서 생활을 이어 나간다. 새로운 주, 그리고 이웃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생활하게 되는 가족에게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방문한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한국문화를 외할머니를 통해 접하며 어색함과 낯섦을 감추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느끼는 단어 ‘어린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1900년대 초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전통사회에서 천대받고 학대받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어린이’라는 존칭어를 널리 보급하였고 세계 최초로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도 만들었으며, 평생 어린이 인권과 어린이 문학 예술 활동을 위해 애쓰다가 돌아가셨다.그런데 2021년 올해 초부터 아동학대 사건들이 줄줄이 뉴스에 나왔다. 이런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모르는 사람에 의한 것도 아닌 양육자, 보호자에
밭에서 갓 따온 딸기가 두머리부엌에 입고되면 달콤한 딸기 향이 금세 퍼진다. 흰 딸기 꽃 몇 송이를 딸기 박스 위에 같이 두곤 하는 최요왕 농부를 찾아갔다. 그냥 먹어도 맛 좋고 잼이나 술로 만들어도 매력적인 딸기는 어떤 작물일까? 7년차 유기농 딸기 농사, 최요왕 농부양서면 양수리에서 농사짓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18년 차 농부다. 열 가지 정도 되는 여러 작물을 최대한 돌려 짓고자 한다. 딸기농사는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가 7번째다. 할수록 어려운 것이 딸기 농사지만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고 손보는 것 외에 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나들이였다. 수강 중인 인문학 강의 시간에 맞춰 나섰지만, 사실은 강사 사정으로 휴강이었다. 선물 같은 시간을 아내 모르게 즐기고 싶었다. 교사였던 아내도 내 정년퇴직에 맞춰서 명예퇴직했다. 퇴직하고 나서 둘이 있는 시간은 길어졌고 외출은 줄었다. 생활이 단조로워졌다. 답답하던 차 뜻밖에 호젓한 시간을 가질 기회였다.퇴직하고 3년이 지나면서부터 자유로운 해방감과 여유에서 오는 편안함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연금에 기대어 전원에 묻혀 살면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아침잠을 마음껏 즐기고, 맑은 공기 한껏 마시면서 무슨
2020년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도서관 이용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개방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좀 더 현명하게 도서관을 활용하고자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도서관 서비스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한 번에 30권까지 대출우선 통합 대출 권수가 기존 10권에서 총 30권으로 확대되었다(’21.1.1시행). 한 회원당 한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은 총 7권이며, 양평군 내 도서관을 활용해 최대 30권까지 대출이 가능해졌다.또한, 도서관 회원증과 신분증으로 책이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서비스는
고구마는 달달한 겨울철 간식으로 인기가 좋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달콤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두머리부엌에 유기농 저장 고구마를 납품하시는 심범섭, 심재법 농부를 찾아가 고구마 이야기를 듣고 왔다.■보이지 않는 노력이 담긴 모종양서면 용담리 산속에는 가족들이 함께 밭을 일구는 농장이 있다. 오랫동안 인문학 서점을 꾸려 오신 부모님과 아들이 농사에 뜻을 모아 유기농 고구마를 키운다. 이들은 배수가 좋고 일조량이 훌륭한 비탈밭에서 산속의 다양한 생명과 공생하며 농사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심범섭, 심재법 농부는 겉으로 봐선
이 책을 다 읽고 책이 마음에 들어 가까운 지인에게 권하자 그 지인 하는 말이 “아휴, 난 과학책은 싫어”였다. 그 지인도 책을 많이 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첫 마디에 거절을 한 셈이었다. 그래도 난 한 번 더 권유를 하며 “이거 과학책 아니야. 하지만 과학이 담겨 있지”라고 했다.이 책은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이다. 작가의 열과 성이 녹아 있는 책이다.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과학 이야기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보면 느껴질 것이다.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삼촌과 사는 주인공 지수는 아파트
확인바람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오늘은 건너 구읍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눈발거세어지니모든 일 접고서 고요히 앉는다찾아올 이도 없는데 동쪽으로 난 창을 모두 열고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누가 그랬던 것처럼절로 기다림의 자세를 취하며 몸이 먼저 기억하는이 기막힌 데자뷰!천 년을 기다렸다가도 순간에 쏟아버리는몸의 중력마저 다 놓아버린 저 하얀 춤사위들 바라보다점점 나조차 나를 놓쳐버려눈발도 나도 지금 여기 없다산기슭의 산새들도 놀라 깊이 숨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