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와 고양이를 생각하는 사람들’

용문면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돼 연일 관련 보도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인 집 마당을 지나면 죽은 개들의 사체와 분비물로 한 가득인 곳에서 피의자 60대 남성 A씨가 생활했다고 한다. 개인으로부터 처리비용으로 마리당 만원씩 받았다는 A씨의 진술과 달리 동물보호단체에선 번식장에서 버려진 개들을 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일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주택에서 나온 사체수는 1200여구가 넘으며, A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르면 오늘(8일) 저녁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자 양평군 최초의 동물보호모임인 ‘개와 고양이를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지난 7일 신문사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당초 인터뷰에 함께 응하기로 했던 최초 신고자는 다른 언론 취재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하지 못했다.

Q. 모임 소개 부탁드린다.

모임이 생긴 지는 3년 정도 됐으며, 현재 회원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개별적으로 유기동물 구조나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사이다. 제가 알기로 타지역에선 유기동물을 돕거나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봉사 모임이나 단체가 많은 반면에 양평에선 저희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모임을 만든 뒤 회비를 모아서 인식개선 차원에서 ‘보신탕, 개도살, 개고기 불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저희 회원이신 최초 신고자가 각종 언론 취재에 대응하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다른 몇 분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대책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저희 모임 차원에서는 대표적인 동물 학대인 뜬장이나 짧은 목줄 문제, 중성화 수술이나 이름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제작해 마을 이장님이나 활동가에게 전달해 협조를 구하는 등 인식개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평에서 발각됐을 뿐, 양평만의 이례적인 문제 아니다.

현재 드러난 현상 이면에는 생명을 돈을 주고 사는 소비자, 판매하는 애견샵과 펫샵, 그 아래 번식장이 모두 연결된다. 

 

Q.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평에서 발각이 돼서 언론에 보도가 됐을 뿐 이번 사건이 양평군에서만 벌어지는 이례적인 일도 아니며 전국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드러난 현상 이면에는 생명을 돈을 주고 사는 소비자, 판매하는 애견샵과 펫샵, 그 아래 번식장이 모두 연결된다. 나아가 각종 동물학대와 유기동물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저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작은 기대를 한다면 번식장 문제가 대두됐으니 정기적으로 시설을 관리·감독하고 관련 제도가 제대로 도입됐으면 한다.

지난 2018년 번식장이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지만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번식장에서도 동물학대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갑자기 번식장 자체를 근절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이 지내는 동안 위생이나 주변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하는 말이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발 생명을 돈 주고 사지 말아야 한다.

Q. 양평에서 활동하면서 느낀점은?

가끔 지역 맘카페에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양평은 견주의 정보가 담긴 내장칩이나 외장칩이 장착된 경우가 거의 없다. 하다못해 이름표 하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동물보호단체에선 개농장이 가장 많은 남양주와 양평을 요주의 지역으로 꼽는데, 지역이 넓어 폐쇄적인 장소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평에서 구조한 애들은 입양 보내기도 힘들다. 덩치가 크거나 번식장이나 개농장에서 탈출해 아프거나 성격이 이상하거나 믹스견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마당개 중성화 수술만 시켜도 유기동물수는 많이 줄어든다. 

마을 이장님이나 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인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양평에 유기동물이 많은 이유 중에는 마당에 묶어서 키우는 마당개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들개들이 계속 새끼를 낳기 때문인데, 중성화 수술이 시급하다. 마당개 중성화 수술만 시켜도 양평군 유기동물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군에서 지원사업도 시행하지만 뜬장에서 키우시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실 리 만무하다.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데, 저희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마을 이장님이나 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양평은 정말 극과 극인 것 같다. 타지역에서 이주한 반려인들과 여기서 나고 자라신 어르신들 간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 반려인들 사이에선 개들 뛰어놀게 하려고 양평에 이사왔다가 식겁하고 돌아간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법적으로 최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처벌할 수 있다지만 최대 형량을 받은 경우가 없다.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Q. 현 동물보호법의 허점이나 개선점은?

한국에선 모두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다. 법적으로 최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처벌할 수 있다지만 최대 형량을 받은 경우가 없다. 이번 사건만 봐도 사체수가 1000여구가 넘는데 현행 법에선 형량은 똑같다. 저희는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법 때문에 번식장 업주나 개장수, 불법 시설물 운영자 모두 과태료 정도 내는 정도로 우습게 여긴다. 외국에서는 동물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그 이유가 사이코패스나 강력범죄의 전조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들의 히스토리를 보면 동물학대에서 시작됐고, 관련 경험이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많이 발표됐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장난감 사듯이 생명을 데려오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도 문제다. 일례로 큰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이나 치료를 해당 병원에서 하는 조건으로 애완동물을 무료로 분양하기도 한다. 이렇게 야기되는 문제도 상당하다.

Q. 하고 싶은 말은?

지금 회원을 모으기 위해 맘카페에 글을 올리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모여서 함께했으면 좋겠다. 우선은 회원수가 늘어나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관심있는 분들은 네이버카페 ‘양평 개 고양이 생각’에서 활동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이메일(mhoh82@naver.com)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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