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역사문화연구회에 실린 글을 3회에 걸쳐 싣습니다.

 

과학이란 ‘같은 공식으로 언제 어느 때 누가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말하며,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모두 ‘가설’에서 시작하여 입증하는 과정을 통한다. 기록에 근거한 것을 ‘정사(正史)’라 믿고 그 밖의 기록은 ‘비사(秘史)’라 하지만 역사는 승자의 입맛대로 쓴 것이니, 진실·사실과 다를 수 있다. 우리 역사는 대나무처럼 매듭으로 이어지는 ‘단절의 역사’다. 전 왕조, 전 정권을 멸시하고 말살하는 역사가 반복적으로 지속되면서 구축된 우리 역사는 기록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김부식은 본디 태생이 신라로 신라 입장에서 삼국사기를 기록했으며 호의적으로 기록한 부분과 멸시하며 비하하여 쓴 기록이 있다. 여기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역사관이 필요한데 일제가 교육한 사학자를 중심으로 하는 식민사관의 큰 줄기와 우리 본연의 민족사관의 큰 줄기로 크게 나뉘어 80년이 지난 지금도 해방정국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사와 똑같다. 양분되어 대립하며 서로를 폄하하고 있다. 우리는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진실이라 믿었으며 일본이 가르친 사학자들이 만든 국사 검정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서 우리 역사를 배우고 익혔다.

그런데 413년간 엄연히 존재했던 비류백제가 통째로 사라진 것은 김부식의 크나큰 오판이었으며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역사가 고비고비마다 허구로 편집되어 기록된 것은 어찌 짜맞춰 진실을 알아야 할까? 고구려 보장왕, 신라 경순왕, 백제 의자왕, 고려 공양왕, 묘청, 단종, 이괄, 이시애, 조광조, 광해군, 연산군, 전봉준, 김옥균처럼 싸움에서 패하고 죽었거나 사라진 이들의 기록은 없으니 말하자면 ‘한쪽 편 이야기’가 우리가 배운 역사다.

단재 신채호(1880~1936, 고령신씨 26세) 선생은 망국의 한을 품고 북방을 구석구석 뒤지며 발로 쓴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에서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의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라고 기술했다. 요약하면 부족과 민족, 인류의 통합과 분열의 기록으로 패한 족속은 죽거나 흡수, 복속되지 않으면 승자를 피해 타지로 망명하여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더러 인구가 늘어나고 먹을 것이 부족하거나 국내정세가 불리해지면 온 국민을 동원하여 이웃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는데 이같이 팽창하는 제국은 진출하여 식민지로 삼거나 총독, 분봉왕을 보내 통치했다.

우리도 예외 없이 혈통을 중심으로 협동하여 살다가 강한 놈이 옆 부족을 쳐서 복속하고, 또 옆 동네를 쳐서 복속한 부족국가에서 시작하여 옛 (고)조선, 삼한,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 대한제국, 한일병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분화되어 진화해 오면서 승자는 역사를 자기 뜻대로 썼고 패자는 승자를 피해 사라졌다. 일부는 대륙으로 혹은 바다 건너로 망명하여 새로운 정권을 세운 세력도 있고, 또 거기서도 승패에 따라 사라진 이들도 있으며 승자 독식으로 팽창한 제국은 총독이나 분봉왕을 보내 통치했고 본국 왕은 제왕이 되었다. 따라서 현재 타국, 타지에 남아 있는 지명은 성공한 망명 족속의 지배 흔적이거나 식민 지배 흔적이 분명하다.

유럽 백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원주민을 추방하며 살육하고 빼앗은 북미지역 지명에 남아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칼 등 유럽계 지명도,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북방계 지명도, 일본 열도에 남아 있는 고조선계, 고구려계, 삼한계, 가야계, 신라계, 고려계, 백제계, 조선계 지명도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는 북방에서 남으로 남천하거나 팽창하며 새로운 나라를 창건하여 세력을 키우며 영토를 확장해 왔다.

백제처럼 22담로를 파견하여 타국, 타지를 지배하며 본국 왕은 제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완전히 패한 족속은 죽지 않으면 복속되거나 바다를 건너 열도로 갔는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해류를 타고 상륙한 남방계 원시인들과 북방 아이누족 등이 살기 시작한 열도는 2300~25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나라도 구성이 안 되고 문자, 언어, 벼 등 농작물 양식 재배기술도 없는 미개한 원시의 땅에 고조선, 고구려, 삼한, 신라, 가야, 백제, 고려, 조선 등 시대별로 한반도에서 건너간 세력이 각기 자기 영향력을 점차 키워나가 일본의 국가 기원이 되었다는 설이 설득력 있다.

 

* 강하면 전수3리 출생인 신왕수 이학박사가 양평의 마을 이름 유래를 격주로 연재한다. 종합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케이지 랩(주), 발효 전문기업 엑센도 바이오팜(주) 회장인 신 박사는 양평군 기업인협의회장을 역임했고, 제41회 무역의날 153만불 달성 백만불 수출탑(대통령 노무현)과 제51회 무역의날 800만불 달성 500만불 수출탑(대통령 박근혜)을 수상했다. 현재는 양평문화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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