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째주(8월 29일~9월 4일) 더리더 디지털 성범죄 함께 읽기

1. 이번주의 디지털 성범죄, 발생부터 선고까지

2.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유관기관의 모습

3. 기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이슈들

 
이번주의 디지털 성범죄, 발생부터 선고까지

 

1) 발생

디지털 성범죄자 ‘엘’(가칭)이 유포한 성착취물이 극우 남초 커뮤니티인 ‘일베’에서만 최소 4만 번이 넘게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엘'(가칭)은 박사방과 N번방 등 고정된 대화방을 이용했던 과거 사건들과 달리 텔레그램 방을 유동적으로 열고 닫는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유포했습니다. 가해자가 등장한 대화방은 최소 30개로, 방 사이에는 서열이 존재하며 공유하는 영상의 수위가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가해자의 성착취물이 유포된 텔레그램 방에는 5000명이 상주하는 곳도 존재했으며, 가해자가 지난해 활동한 대화방은 대부분 폐쇄된 상태이지만 가해자의 계정은 여전히 ‘최근 접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엘’(가칭)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접근했으며, 엘과 공범인 ‘엠’(가칭)은 자신이 ‘불꽃’의 일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피해자에게 신상정보와 사진 등이 유출됐다고 속인 뒤 피해자들을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유인했습니다. 엠은 자신과 엘 또한 피해자라며 윗선에 우두머리가 있고 신상정보와 나체 사진으로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해당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 지난 1월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지만 “유포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8개월가량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 측이 지방청으로 사건이 넘어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당시 경찰 관계자는 “유포 정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고 당시 피해자가 낸 증거물에 가해자 '엘'(가칭)이 또 다른 피해자의 성착취물을 공유한 내용도 담겨 있었지만, 수사를 진행한 경찰서 관계자는 “다른 피해자가 아닌 신고자 영상이 퍼진 정황이 확인돼야 유포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혐의가 성립되지 않아 이첩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날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등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준수하라”고 대검에 지시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용의자 조기 검거를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팀도 1개팀에서 6개팀으로 확대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가해자와 공범을 추적하고 있으며,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 모두 수사할 예정입니다.

2) 검거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불법촬영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지난 1년동안 지하철과 사무실, 길거리 등에서 불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176차례 불법촬영하였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가 분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 지구대에서 검거되었습니다. 당시 가해자의 휴대전화에는 400여 장의 불법촬영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 1심

가정집에 설치된 IP 카메라를 해킹해 피해자들을 불법촬영한 2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IP카메라는 유·무선 인터넷과 연결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거나 원격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카메라로, 집안이나 현관 모니터링에 사용됩니다. 가해자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범용, 또는 반려동물 관찰용으로 집에 설치한 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7000여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신체를 불법촬영했습니다. 또한 불법촬영 영상을 노트북과 외장하드에 저장한 것으로도 확인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가 다수이고 범행 기간이 짧지 않으며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범행 수법 등 내용을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학원들의 여자화장실에 소형 카메라 등을 설치해 피해자들을 불법촬영한 30대 남성 입시학원 강사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가해자는 대구 수성구 한 입시학원 및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원한 교습소의 여자화장실에서 범행하였으며, 피해자는 중·고등학생들부터 동료 강사까지 모두 14명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으며 피해자 일부와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양형사유로 언급하며 "보호감독자의 범행이기 때문에 형이 1/2 가중되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유관기관의 모습

 

1) 정부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현재 서울·인천·경기 세 곳에 있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증설과 관련된 예산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국 지자체 산하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과 맞물려 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의 증설이 중단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센터가 설치된 곳은 세 곳뿐이며 부산은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단계인데, 내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 지원센터의 확대 운영과 관련한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지원센터 운영은 지자체 몫이며 정부의 역할은 지원센터 설치를 독려하는 정도”라고 발뺌했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지원센터를 늘려가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다만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가 있는데, 이를 (현행 10개소에서 14개소로) 증설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이 확대 편성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기타 디지털성범죄 관련 이슈들

 

1) ‘성인’사이트 내 디지털 성범죄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성인'사이트 10곳 중 7곳 이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방대한 양의 불법 콘텐츠가 소비·유통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8월 29일 한국범죄심리학회 학술지 한국범죄심리연구에 실린 ‘성인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실태와 대책’은 구글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성인사이트 중 접속이 가능한 100곳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논문의 대상이 된 사이트들은 모두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었는데, 55%의 사이트에서 '한국야동', '국산야동'으로 불리는 한국 성착취물 전용 게시판이 있었고 게시판의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동영상이 존재하는 경우는 66%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한국 동영상 전용 게시판이 있는 사이트에는 평균 1만 4000여개, 많게는 43만여개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올라온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77%에는 해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34%는 한국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있었습니다.

논문은 “주소 차단과 변경을 반복하는 특성상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성인사이트보다 불법도박사이트를 우선적으로 차단하고, 성인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인 불법 콘텐츠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2) 미성년 피해자의 신고 기피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포기하는 아동·청소년의 사례가 최근 늘고 있습니다. 이는 수사 기관에 신고하면 법정대리인에게 무조건 고지하도록 규정한 경찰 범죄수사규칙 때문으로, 보호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지하지 않는 것이 양육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 규칙이 오히려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거나 조사할 경우 지체 없이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예외인 경우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법정대리인일 경우에만 해당하며, 이는 2020년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개정된 사안입니다.

그러나 최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규칙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겠다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어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늘고 있습니다. 통지 대상을 법정대리인으로 한정하지 말고, 피해 아동·청소년과 신뢰관계에 있는 전문가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영미권 국가는 18세 미만이어도 의료 행위와 형사 절차의 경우, 본인 선택권을 상당 부분 존중한다"며 "우리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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